매일신문

[야고부] 여의도 2시 청년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心臟)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수필 '청춘예찬'은 가슴 설레던 청춘에 대한 찬양가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권을 배회하는 청춘은 기성 정치권 뺨치는 정치 기교와 술수로 상대를 공격하는 데 청춘을 적극 활용한다. 그들은 순진함을 가장해서 기성세대를 비난하고 청년의 정열로 권력을 추구한다. 당 대표까지 오른 그들은 기성 정치권을 '꼰대'라고 비하하면서 당 대표로서의 꼰대 기질을 십분 발휘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등 청년 정치인들이 여의도의 얼굴을 바꾸면 정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적도 있었다. 여야 정당을 대표하던 두 청년을 모델로 하는 '청년' 최고위원, 비대위원, 대변인, 보좌역 등 여의도를 배회하는 청년 정치인들은 오늘도 수두룩하다. 우리 사회의 핵심 동력인 청년을 통해 정치 개혁에 나서려던 청년 정치는 오히려 청년층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정치권을 오염시키고 있다.

이 전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은 그 자리에 오를 만한 경력과 실력으로 오른 경우는 아니었다. 일약 비대위원과 비대위원장으로 정치를 시작한 그야말로 '정치권 금수저'다. 취업난에 시달리고 알바와 스펙 쌓기에 골몰해야 하는 고달픈 청춘은 절대 아니다.

정치인이라면 물의를 빚으면 불·탈법을 떠나 정치적 책임을 진다. 성 상납 무마 의혹 문제로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이 전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사과를 한 적도 없고,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여의도에선 요즘 '여의도 2시 청년'이란 신조어가 화제다. 오후 2시에 열리는 각 정당 행사에 참석해서 눈도장을 찍는 정치 지망생을 조롱하는 말이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정치와 방송 외에는 사회생활을 해 본 적이 없고 세금 한 푼 내 본 적 없는 청년 정치인들이 여의도 2시 청년"이라면서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청년 정치인들을 직격한 것이다. 그러자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 오히려 장 이사장이 '여의도 10시 청년'이자 '꼰대'라고 역공에 나섰다. 청년다운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것은 일장춘몽이었다. 칭얼대는 것이 일상화된 '청년 정치'의 실상과 허상이 드러났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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