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금호강 산책길 공사를 막은 환경단체의 행동을 비판하는 지적이 있었다. 과도한 개발은 문제지만 적절한 개발은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천이 대상일 때는 동의하지 않는다.
첫째, 하천이라는 자연의 특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 하천은 물이 유통하는 구간이다. 물이 잘 흐르도록 해야 하는 것은 치수의 기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하천 안으로 체육시설과 산책길 같은 것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시설들은 크든 작든 물길을 좁히고 물의 흐름을 막는다. 이번 포항의 재난도 어찌 보면 하천의 구조를 왜곡하고, 그 안에 많은 시설을 들인 결과 발생한 인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하천 안에는 시설물을 들이지 않고 물 흐름이 원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화원유원지 생태 탐방로는 하천의 물 흐름을 막는 구조물로 여전히 많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큰물만 지면 물이 빠진 후 많은 사람이 투입돼 탐방로에 걸린 덤불 등의 쓰레기를 치우고 파손된 난간 등을 수리하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 하천은 도심의 마지막 남은 야생의 공간이란 사실이다. 도심은 대부분의 땅이 개발돼 야생동물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심지어 도심 속 산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천은 유일하게 야생동물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공간이다. 마실 물이 있고 몸을 숨기고 쉴 수 있는 초지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특히 금호강 같은 큰 하천에는 수달, 삵과 같은 멸종위기종부터 너구리와 고라니 같은 포유류와 수많은 철새와 텃새가 그곳을 보금자리 삼아서 살고 있는, 말하자면 그들의 집인 것이다.
그런 공간에 인간 간섭이 일어난 것이다. 조명을 화려하게 밝힌 탐방로가 하천 안으로 들어선다는 건 야생동물들에게 이 땅을 떠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자주 보고 익숙해야 자연을 아낀다 했는데 그 아낄 대상들이 다 떠나 버리고 만다면? 따라서 굳이 탐방로가 필요하다면 인간 간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조명 없는 비포장 오솔길로 만드는 것이 옳다고 했던 것이다. 그 오솔길을 꾸준히 관리만 해주면 인간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수성구청이 환경단체의 제안을 수용해 산책길을 비포장의 오솔길로 조성하고 불필요한 연장 공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은 모범적 거버넌스의 사례로 칭찬받을 만한 것이라 밝힌 것이다.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하천변 탐방로와 운동시설들은 인간들은 반길 수 있지만 야생의 세계에선 그들과의 동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꼭 해야 한다면 이미 인간이 많이 사는 아파트촌의 소하천이나 실개천 정도는 고려될 수 있겠지만 국가하천 금호강처럼 사람이 많이 살지도 않는, 생태계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야생동식물들이 깃들어 살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은 개발보다는 보존이 필요한 곳이다. 이번 수성구청의 산책로는 바로 이 지점을 넘어선 것이다.
더군다나 기후위기 시대가 아닌가? 이 기후위기 시대에 하천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하천이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 흐름이 원활할 수 있도록 물길을 막는 구조물들은 가급적 들어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번 포항의 수해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