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대표 "부채 고민하는 청년들 문 두드려달라"

'디딤'은 대안 금융 중 '자조 금융'…조합원으로 가입 조합비 내면 급한 자금 최대 200만원 대출
"많은 분들이 디딤 도움 받았으면…"

최유리
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대표. 이화섭 기자.

청년층의 부채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청년층의 부채가 '단지 사치품을 사기 위해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해서 부채가 늘어난 것'으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청년이 빚을 지는 과정 중 대부분은 '먹고 살기 위해 당장 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들여다보고 도움을 주기 위한 곳이 대구에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대구지역 청년들이 많다.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이 바로 그 곳이다. '디딤'의 최유리 대표는 2010년대 초부터 대구지역의 청년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시민운동가다.

최 대표가 청년들의 부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청년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 속에 그들의 '빚'이 있었고, 그 빚이 그들의 빛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청년들의 노동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아무리 노동을 해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대구지역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2018년, 2020년, 2021년에 했는데 조사할 때마다 청년들의 부채 총액이 1천만원 씩 늘어나더라고요. 그 때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죠.

청년들의 빚은 불안감과 소외, 고립으로 이어져요. 돈이 없으니까 불안하고, 사람을 만나면 돈을 쓰게 될까봐 사람을 더 만나지 않으니 소외와 고립으로 이어지죠. 그러면서 삶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빚의 늪에 빠진 청년들을 돕기 위해 최 대표가 만든 단체가 바로 '디딤'이다. 최 대표가 말하는 '디딤'은 대안 금융 중 '자조 금융'의 형태를 띠며,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정말 급한 자금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최대 200만원까지 소액으로 대출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청년이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디딤'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최소 단위인 1구좌 당 5천원의 조합비를 내면 대출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자는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데 재능 기부나 일손 돕기 등으로도 이자 납부가 가능하다. 조합 행사에 참여도가 높으면 신용도도 올라가는 구조를 띠고 있다.

지난 2018년 '디딤'이 설립된 이후 1천300만원의 출자금을 모아 현재까지 대출해 준 건수는 총 35건이며 2명을 빼고는 모두 상환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상환율은 나름 높은 편인데, 아무래도 조합원으로 묶어서 자주 얼굴을 보게 만들면서 '내가 빌린 돈이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출자한 돈'이라는 부분을 부지불식간에 생각하게 만든 게 상환율을 높일 수 있었던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금 청년들이 지고 있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과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담을 해 보면 많은 청년들이 국가가 지원해주는 금융 정책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의 금융 정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보니 이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봅니다. 또 대부분의 정책의 방식이 '대출'이다 보니 결국 돈을 빌리는 데 대한 부담 때문에 정책에 다가서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제도권 교육에서 금융에 대한 교육이 전무해서 금융 자체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최 대표는 '디딤'이 '은행'이란 이름을 달기는 했지만 부채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한 단체인만큼 빚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달라고 말한다.

"금융은 아는 게 힘이고, 알려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디딤의 조합원이 돼서 금융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도움을 받는다면 좋겠습니다. 금융이 가진 사회적 역할을 잘 아는 금융기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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