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TK 통합신공항의 ‘고르디우스 매듭’

모현철 논설위원
모현철 논설위원

대구경북은 오래전부터 하늘길을 열기 위해 신공항을 염원했으며,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이전지 결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2030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TK 통합신공항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여받은 재산이 남으면 국가가 회수하게 되지만 양여 재산이 모자라면 사업 시행자인 대구시와 민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 기부대양여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지 않는 한 사업 추진이 기약 없이 밀릴 수 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이 되려면 초과 사업비에 대한 국비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필요한 이유다. TK 신공항 특별법은 국회 입법을 앞두고 있지만 여야 정쟁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제1소위원회 일정이 줄줄이 연기됐다. 이번 정기국회는 12월 9일까지 열린다. 법안소위부터 통과해야 국토교통위와 법사위를 거쳐 12월 본회의에 올라 연내 입법이 완료될 수 있다. 이번 주 법안소위가 열리지 않으면 다음 주밖에 시간이 없다. 이번 주가 특별법 통과의 골든 아워인 것이다. 이번 주에 여야 간 공감대를 형성한 뒤 다음 주 소위 일정이 잡히면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후속 절차를 빠르게 밟으면 정기국회 중 법안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연내 법 제정이 되지 않으면 통합신공항 사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2030년 개항을 위해서는 현 시점에서 특별법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법 제정이 내년 이후로 밀릴 경우 불확실성이 커지고 추진 동력이 약해진다. 특별법의 연내 통과에 통합신공항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야당 설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소위 문턱조차 넘을 수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특별법의 연내 통과를 위해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직접 발로 뛰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여·야 지도부와 정부 부처 등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지역 정치권, 정부 관계자들과 당정 협의회를 열고 특별법안 통과 대책 등도 논의한다. 오는 25일 광주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대구와 광주의 합리적 연대에 대해 논의한다.

홍 시장이 자주 인용하는 얘기 중 하나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정복하는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칼을 들어 단칼에 잘라 버렸다는 전설 속의 매듭이다. 홍 시장은 취임 이후 특유의 추진력과 결단력을 선보였다. 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등이 대표적 성과다.

홍 시장은 5선 국회의원, 재선 도지사, 당 대표 두 번을 경험한 보수 거물 정치인이다. 여야 간 극도로 냉각된 정국에서도 야당 의원을 상대로 특별법 통과를 위한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광주 정치권의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 동시 통과 주장에 대해서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교통정리가 잘 되기를 기대한다.

TK 통합신공항은 가덕도 신공항보다 먼저 개항해서 민간·물류 노선을 확보해야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통합신공항 사업이 지연돼 가덕도 신공항보다 개항이 늦어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홍 시장뿐만 아니라 이철우 경북도지사, TK 국회의원 등 지역 여야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특별법 연내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오는 2030년 대구경북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통합신공항 개항을 이뤄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