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대통령 "불법과 타협 없다"…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불법행위 책임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 강경한 어조
화물연대는 정부 강경조치에 맞서 전국 동시 삭발투쟁 등 투쟁노선 강화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29일로 엿새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강경책은 위헌적 조치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삭발투쟁에 들어가는 등 노정대립이 강대강으로 격화하고 있으며 산업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를 열고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면서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으로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받은 다음 날 밤 12시까지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행정처분에다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해 전국 곳곳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고 시멘트업을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정했다.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의 한 간부가 삭발하며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에 대한 교섭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 소속의 한 간부가 삭발하며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에 대한 교섭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강경대처에 맞서 경북 각지에서 노조 지도부 삭발식이 열리는 등 '강력투쟁 예고'가 잇따랐다.

이날 남구미나들목 일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대구경북지역본부 조합원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지도부 삭발 결의대회가 열렸다. 같은 날 포항 현대글로비스 사거리에서도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 600여 명 앞에서 지도부가 삭발식을 열었다.

정부가 시멘트 운송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산업 현장은 아직 정상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명령 송달 후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29일 기준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는 지역 건설 현장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육상 운송 의존도가 큰 시멘트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탓이다. 지역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를 넘기면 일손을 완전히 놓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정유업계는 재고를 비축해둔 터라 당분간 지장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운전자들이 기름을 넣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지금 비축량이면 5~10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데, 파업이 계속되면 당장 다음 주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산업계는 파업에 따른 업계 누적 피해가 이날 기준 901억3천만원(이하 추산치)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철강 분야에서는 제품 5만5천여 톤(t) 출하 중단, 원자재 미공급 등 영향으로 787억5천여만원의 피해가 접수됐다. 수출입 물동량 감소로 선사 등 피해 89억원, 기타 중소기업의 물류비 상승 및 수출 불가에 따른 피해 2억8천억원 등도 집계됐다.

▶업무개시명령= 운송 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리도록 한 명령. 운송 사업자·운수 종사자에게 적용하는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처음 도입됐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갈 때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거론했지만, 화물연대에 실제로 발동한 적은 없었고 2020년 8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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