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2021년(0.81명)보다 0.03명 감소해 처음 0.7명대에 진입했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 최근 15년간 예산 40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허사였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인구 감소, 내수 위축, 경기 침체, 출산율 저하 악순환에 빠진다.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해 예산을 퍼붓는 것이 합리적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돈을 퍼부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근 15년 경험으로 볼 때, 예산을 퍼붓는다고 출산이 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인구가 국력'이라고 생각한다. 노동력이 재산이던 시절 갖게 된 인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노동력보다 자본과 기술이 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 사회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하고,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아우성치면서 앞으로도 굳이 우리가 5천만 이상 인구를 유지해야 할 까닭은 없다고 본다. 차라리 인구 감소로 빚어질 문제를 사전 차단하는 데 그 예산을 투입하는 편이 낫다. 연금 고갈 대비·노동 및 교육 개혁 같은 문제들 말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가장 큰 위협은 내수시장 위축과 경기 침체일 것이다. 이를 막자면 해외 시장 확장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저출산 대책에 퍼부을 예산을 연구와 기술 혁신, 가격 경쟁력 제고에 투입해 세계인이 우리 물건을 선호하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 나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인구 늘리기에 퍼붓는 대신, 살 거리, 즐길 거리, 여행하고 싶은 거리가 많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 거주 인구 늘리기가 아닌, 우리나라를 방문해 돈을 쓰는 외국인 늘리기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인구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추세이고, 막기도 어렵다. 어떤 시점에 이르면 이 추세는 바뀔 수도 있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인구 감소 추세에 맞서기보다 인구 감소를 전제로, 인구 감소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대안을 찾는 쪽에 지금은 집중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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