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직 공무원이 쓴 정책서적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

박후근 경상북도인재개발원 원장 7년 간 연구한 내용 담아
전통한지의 ‘품질표준화’, ‘공공부문 사용의무화’ 등 전통한지 진흥 정책대안 제시

박후근 경상북도인재개발원 원장 저,
박후근 경상북도인재개발원 원장 저,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선출판사). 선출판사 제공

현직 공무원이 7년 간 발로 뛰어 연구한 박사논문을 토대로 정책연구 서적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 : 정책이 필요하다'(선출판사)를 발간했다.

저자 박후근 경상북도인재개발원 원장은 이 책에서 전통한지의 '품질표준화'와 '공공부문 사용의무화' 등 전통한지 진흥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지금은 한지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전통한지업체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한지 업체 수는 1996년 64개에서 2021년 19개로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는 한지 관련 개별법이 없고, 한지에 관한 정부 차원의 '정의'조차 정립되지 않았다.

전주시·의령군·안동시에서는 '전통한지'와 '지역한지'를 다르게 정의해 '수입산 닥 사용' 및 '기계장치를 이용'해 만든 종이도 한지에 포함될 여지를 남겼다.

또 2021년 정부의 한지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산 닥이 아닌 수입산 닥, 목재펄프를 주원료로 만든 종이도 한지에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KS(한국산업규격)의 한지품질규격이 부실하며 2006년 이후 등록업체가 한 군데도 없음 ▷창덕궁 등 4대 궁궐의 몇몇 창호지, 행정안전부 정부포상 증서 등 일부에만 전통한지를 사용하는 등 공공부문의 한지 사용이 미미 ▷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총 341억원의 국고보조금, 지방비가 한지에 집행됐지만 전국 19개 한지 업체에 지원된 금액은 7억원에도 못 미침 등을 지적했다.

이어 ▷한지가 이탈리아와 루브르 박물관 등에 문화재 수리·복원용으로 인증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뚜렷한 수출 성과가 없음 ▷국내 지류문화재 수리용 한지의 품질규정이 없음 등 지적도 내놨다.

저자는 전통한지 진흥을 위해 6가지 정책대안을 내놨다.

전통한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 기초 통계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지의 주원료를 '국내산 닥'으로 하고, 제조기술은 '손으로 만든 것'에 한정하자는 것이다.

전통한지 품질의 표준화 필요성, 공공부문에서의 전통한지 사용 의무화, 한지 품질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주문했다.

아울러 기록용·서화용으로 한지 사용을 확대하고, 국고보조금 집행액의 일정 부분(10% 이상) 만이라도 전통한지 소비 진작에 사용하며, 전통한지 진흥을 위해 부처별 노력과 범정부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전통 한지를 진흥해 민족문화를 창달하자는 취지에서 책 속에 100% 전통한지에 그린 수묵화가 작품 9점을 실었다.

박후근 경상북도인재개발원 원장은 "한지의 정의를 새로 정립하고,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지를 고려지·조선지 수준 이상으로 품질을 높여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종이로 자리매김 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한지정책 추진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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