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50년만기 대출' 연령 제한 둘 듯…'만 34세 이하'유력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열흘 만에 1조원 이상 불어나는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도 50년 만기 초장기 주담대에 일제히 연령 제한을 두는 방법으로 다시 가계대출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79조8천893억원이다. 지난달 말 679조2천208억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6천685억원 또 늘었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담대는 같은 기간 1조2천299억원(512조8천875억원→514조1천174억원)이나 뛰었다.

이러한 추세로 미루어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진정되지 않자 인위적인 조치 움직임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11일 소속 은행에 일제히 공통 양식을 보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 실적과 조건 등을 채워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것.

앞선 1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주택금융공사·은행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지난 1월 Sh수협은행이 선보이고서 다른 은행도 줄줄이 내놓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1조2천379억원에 이른다.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에 대출 잔액이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처럼 초장기 만기 상품이 주담대 수요를 자극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연에 부작용을 방지할 연령 제한이 도입될 전망이다. 대출 상한 연령은 '만 34세 이하'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5대 은행 중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만 35세가 넘는 대출자는 초장기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말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7조3천220억원으로, 1분기 말(13조8천69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3조4천530억원(24.9%) 늘었다. 2분기 석 달 동안 새로 취급한 주담대만 3조5천290억원에 이른다. 케이뱅크의 주담대도 1분기 말 2조8천300억원에서 2분기 말 3조7천억원으로 30.1% 뛰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주담대를 빠르게 늘리는 인터넷은행 영업 행태가 인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태동 당시 취지는 데이터베이스(DB)가 풍부하니 신용 심사를 잘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서류심사 통해 담보를 잡는 등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