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 민지(MZ)] 일상의 대화든, 진솔한 대화든 '대화의장'에서 함께 나눠요!

남아메리카·유럽·일본…세계 각국의 모습을 담은 건물들
달콤한 과일 에이드·부드러운 크림치즈라떼가 시그니처
친밀한 상대를 알아가고, 낯선 타인과도 대화 나눌 수 있어

지난 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대구역 플랫폼에서 20대 초반 남녀 커플이 목청 높여 싸웠다. 앳된 얼굴을 한 남성은 여성을 향해 "말을 해야 알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라며 소리쳤다. 그렇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하다. 이 커플의 사소한 말다툼도, 우리 사회의 문제로 불거지는 젠더·지역 갈등도 사실은 대화의 부재로 발생한다.

여기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도, 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곳, 대화의장이다.

대화의장
대화의장 '대화빌라' 모습. 초록색 식물과 라탄 조명이 동남아시아 휴양지 느낌을 낸다. 홍수현 기자

◆ 대화를 이끄는 어딘가 낯선 공간

대구 중구에 위치한 대화의장은 원래 1920년대 지어진 낡은 '대화장여관'이었다. '대화장'이라는 이름에 매료된 이만수(35) 대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이 공간을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대화합시다"라는 의미를 담은 대화의장으로 말이다.

대화의장은 무려 7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다. 강렬한 벽화가 그려진 대화광장을 중심으로 대화빌라, 대화의꽃, 대화주방, 대화강당, 대화살롱, 대화창고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각 건물은 세계 각국을 연상시킨다. 대화광장은 남아메리카 같다. 검은색 벽면 속 활기찬 말 그림과 그 앞에 놓인 라탄 테이블, 의자는 이국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화주방은 일본 심야식당 컨셉이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음식을 해먹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리뉴얼을 위해 휴관 중이다.

대화의장 대화강당은 한옥 다락방 느낌을 연출했다. 이곳에는 빔프로젝터가 있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홍수현 기자
대화의장 대화강당은 한옥 다락방 느낌을 연출했다. 이곳에는 빔프로젝터가 있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홍수현 기자

대화강당은 한옥 다락방 모습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좋아하는 영화나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샹들리에, 하나의 긴 쉐어테이블이 놓인 대화살롱은 유럽 성당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조용한 이 공간에서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화의꽃은 그리스를 떠오르게 하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유니크한 포스터와 낙서 같은 그라피티 그림이 푸른색 벽면에 걸려있다.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 덕에 이 공간은 인디가수의 무대가 되기도, 화가의 갤러리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동남아시아 휴양지 느낌의 대화빌라와 대화창고가 있다.

대화의장
대화의장 '대화빌라' 모습. 초록색 식물과 라탄 조명이 동남아시아 휴양지 느낌을 낸다. 홍수현 기자

이 대표는 사람들이 낯선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를 한다고 생각, 건물을 이같이 인테리어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여행을 하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거부감없이 쉽게 받아들이고 대화한다. 이곳에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유연한 사고로 낯선 이와 대화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여러 나라의 모습을 건물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 대화의장에 왔다면 이것은 꼭 해보세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대화의장을 찾았다면 꼭 해야 할 필수코스가 있다. 바로 대화카드, 대화밸런스카드를 사용해 보기다. 카운터 옆에 놓인 이 카드들은 주문만 했다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화의장에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돕는 대화카드와 대화밸런스카드가 있다. 홍수현 기자
대화의장에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돕는 대화카드와 대화밸런스카드가 있다. 홍수현 기자

대화카드는 질문이 적힌 카드다. "당신에게 결핍된 것은 무엇인가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나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 생각을 알 수 있다. 반면 밸런스카드는 선택지를 주는 카드다. "평생 여름 vs 평생 겨울",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게 놀기 vs 좋아하는 사람들과 깊은 소통하기"와 같은 내용이 담겨 타인의 취향을 파악하기 좋다.

두 카드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실제 대화의장 한쪽에서는 50대 부모와 20대 딸이 밸런스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 딸 이지영(26) 씨는 "부모님과 한집에 살고 있지만, 근무 시간이 달라 대화할 시간은 부족했다. 이 카드를 통해 엄마의 새로운 취향을 알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대화의장에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돕는 대화카드와 대화밸런스카드가 있다. 홍수현 기자
대화의장에는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돕는 대화카드와 대화밸런스카드가 있다. 홍수현 기자

대화가 너무 하고 싶어 대화의장을 찾았지만, 그 상대가 없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대화의장에서는 혼자여도 대화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타인과의 대화를 이어주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안녕 낯선 사람'이다. 안녕 낯선 사람은 평소 대구에서 만나기 힘든 인물들을 대화의장으로 초청해 그에 대해 더 알아가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인디가수, 트렌스젠더, 시각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나왔다. 이들은 이곳에서 공연하거나 본인의 일상을 타인에게 공유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이끌어주는 토크아워 프로그램. 많은 사람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종이에 적었다. 홍수현 기자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이끌어주는 토크아워 프로그램. 많은 사람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종이에 적었다. 홍수현 기자

매주 새로운 주제로 낯선 대화를 나누는 토크아워도 있다. "기억과 추억은 어떻게 다른가요",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나요"와 같은 주제를 놓고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대화살롱에서 진행된다.

이외에도 취향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클럽이 있다. 9월에는 영화·애니메이션과 정치고전읽기 등을 주제로 대화클럽을 모집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 카카오톡 채널로 신청할 수 있다.

◆ 대화에 빠질 수 없는 음식들

대화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음식이다. 음식을 앞에 두고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으로부터 대화가 시작되니 말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대화의장 메뉴는 다양하다. 수많은 메뉴 중 눈여겨봐야 할 건 단연 토마토바질에이드(6천500원)다. 수제 청을 베이스로 토마토와 레몬이 들어간다. 바질도 통째로 올라간다. 새콤한 토마토와 상큼한 레몬, 바질의 약간 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화의장에서 판매중인 수박쥬스(6천원). 대화의장 제공
대화의장에서 판매중인 수박쥬스(6천원). 대화의장 제공

제철 과일이 들어간 과일 에이드도 훌륭하다. 복숭아, 자몽, 레몬, 오렌지에이드(각 6천원)에는 수제로 만든 과일청이 들어간다. 수제청 위로 큼지막한 생과일이 들어가 과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화의장에서 판매중인 크림치즈라떼(6천원). 대화의장 제공
대화의장에서 판매중인 크림치즈라떼(6천원). 대화의장 제공

커피도 빼놓을 수 없다. 시그니처는 크림치즈라떼(6천원)다. 부드럽고 우유 맛이 강한 라떼에 진하고 고소한 치즈 크림이 들어간다. 입 안에 넣었을 때 씹히는 치즈 알갱이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대화의장의 한 가지 특이점은 카페임에도 불구 지중해식 요리, 비건 음식과 와인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커피뿐만 아니라 요리까지 판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방으로부터 '우리 이야기 좀 해'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무언가 잘못했나'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께름칙하다. 그래서 대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밥 한 끼 하자', '커피 한잔하자'며 돌려 말한다. 밥 먹고 커피도 마시며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해서 넣게 됐다"고 했다.

◆ 타인을 재발견하는 공간이 되길

대화의장
대화의장 '대화의꽃'. 유니크한 포스터와 그라피티 그림이 걸려있는 이곳에서 많은 인디가수들이 공연했다. 홍수현 기자

대화의장 카운터에는 청각장애인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청각장애인 직원이 있다는 것, 그 누군가는 조금 특별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는 그저 직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이 대표는 스스로 편견이 덜한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그래서 더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학 시절 장애인과 술을 마시고, 성소수자와 어울렸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HIV 감염인과 함께 식사도 했다.

이 대표는 사회적 소수자가 다수자와 동일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 않나. 나와 조금 다른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도 실상 대화를 해보면 다를 게 없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갖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간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재단하고 정의하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오해가 이해가 되고, 편견이 발견이 되는 그것이 대화의 힘이니까"라고 했다.

대화의장 대화살롱은 마치 유럽 성당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홍수현 기자
대화의장 대화살롱은 마치 유럽 성당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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