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용인 반도체 규제 완화에 구미 경제계 "20년 전 LG필립스 사태 되풀이 안돼"

LG필립스, 수도권 규제 완화로 구미 대신 파주에 대규모 공장 건설
이후 파주는 눈부신 경제성장, 구미는 대기업 수도권 이전으로 침체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비수도권 기업 입주 가능해져 논란

8일 오전 LG디스플레이 구미2·3공장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소형LCD를 생산하던 이곳은 지난 2017년 수익성 악화로 가동이 중단된 후 7년째 방치돼 있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이전설은 해마다 불거지고 있다. 조규덕 기자
8일 오전 LG디스플레이 구미2·3공장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소형LCD를 생산하던 이곳은 지난 2017년 수익성 악화로 가동이 중단된 후 7년째 방치돼 있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이전설은 해마다 불거지고 있다. 조규덕 기자

"20년 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로 LG필립스 LCD(현 LG디스플레이)가 구미 대신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했던 전철을 밟아선 안 됩니다."

최근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비수도권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 경제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과거 수도권 규제가 풀리자 LG 등 대기업이 속속 지역을 떠나 파주에 새 둥지를 튼 '악몽'이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비수도권 소재 반도체 소부장 기업이 기존 공장을 이전·축소하지 않고 증설할 경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용인시의 수도권 규제 완화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용인시는 "비수도권 기업 입주 제한 규제 탓에 협력화단지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규제 완화를 공식 건의했다.

이에 따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는 이달 중 산단 기본관리계획을 변경해 비수도권 기업도 입주 가능하다는 내용의 4차 분양공고를 낼 예정이다. 경북도·구미시와 지역 경제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관련 기업 유치가 필수적인데 이번 수도권 규제 완화로 자칫 기업들이 구미를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특히 구미 기업인과 시민들에게는 20년 전 수도권 규제 완화로 LG필립스 LCD공장을 파주에 빼앗겼다는 트라우마가 강하게 남아 있다. 지역 상공인 A씨는 "지방화를 외치는 윤석열 정부가 수도권에만 기업이 몰리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도 "수도권 규제 완화는 민선 8기 들어 대형 국책사업을 잇따라 유치하며 경제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구미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구미시의 고심 역시 깊어지고 있다. 구미시는 수도권 규제완화대응팀을 가동하고,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반도체 관련 실·국 수준의 조직을 꾸릴 예정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정부가 구미국가산단을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한 만큼 관련 기업이 구미에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