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집단의 힘

박귀현 지음/ 심심 펴냄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 주세요"와 "70%의 손님이 수건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 중, 호텔이 사용하는 환경보호 메시지로 더 유용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한 호텔의 의뢰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후자의 메시지를 사용했을 때 수건 재사용률이 더 높아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다수의 행동과 생각을 따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 원주민들은 문자가 없던 시절부터 그곳의 기후와 지형, 먹거리 등 생존에 관한 지식을 구전으로 전해왔다. 하지만 약 2만여 년 전부터 전해온 이런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그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을 연구할 정도로 정확도는 상당하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정확도를 보이는 걸까? 이는 바로 집단지성 덕분이다.

수렵·채집 시대 먹잇감을 구하는 일부터 지식 전파와 과학 기술 발전, 그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서는 일까지 인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다. 이런 발전은 주로 집단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집단 중에서도 '팀'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킨 최초의 도구'라고 강조한다.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식욕 등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집단의 일부로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집단에 기대며,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 심리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집단은 함께 느끼고, 기억하고, 움직이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우리는 개인에게 아무런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올림픽 경기에서 무조건 한국팀을 응원하며, 태극기가 그려진 붉은 악마 티셔츠와 같이 집단을 상징하는 물건은 함부로 버리지 못하고, 아리랑만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이 책의 저자 호주국립대 경영학과 박귀현 교수는 "개인이 생각하는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집단 안에서 서로 토론하고 의사결정하는 과정은 눈에 보인다는 점"이 집단심리학을 파고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말한다. 집단심리학은 '작게는 집단이 개인 심리에 주는 영향부터 크게는 국가·민족 간 갈등까지, 인간과 인간 집단이 겪는 다양한 심리 과정과 그에 따른 행동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책에는 그가 경영학과에서 조직행동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내용과 중요한 심리학 개념, 그리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뽑아내 총 10개의 장에 담은 것이다.

저자는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집단들을 연구하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는 팀의 비결은 뛰어난 개인이 아닌 탄탄한 팀워크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의 통찰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합리적 사고와 행동의 길잡이가 될 자신만의 '도구'를 하나씩 얻게 될 것이다. 284쪽, 1만8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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