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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에서 배터리로…프랑스도 '제2 영일만 기적' 대서특필 [낙동강의 기적을 만들자]

(3)포항 미래 먹거리 대변신
철강산업 발전으로 R&D·물류·교육 인프라 풍부…신산업 성장 기반 조성
2차전지 특화단지·수소에너지 클러스터 등 두번째 질주 시작

지난해 5월 대구경북의 대학생들이 블루밸리산단 내 포스코퓨처엠 앞에서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기원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5월 대구경북의 대학생들이 블루밸리산단 내 포스코퓨처엠 앞에서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기원을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매일신문DB

'강철에서 배터리로, 한반도 덩케르크의 빠른 성공'

지난해 11월 24일 프랑스 유력 경제일간지 '레제코'에 게재된 경북 포항시의 특집 기사 제목이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로 더 알려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지역은 포항과 닮은 도시이다.

청어잡이를 주로 하던 작은 어촌에서 프랑스 전기차 산업 가운데 2차전지 분야의 기가팩토리 건설이 진행 중인 곳이 바로 덩케르크이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에 실린 포항시 특집 기사. 포항시 제공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제코'에 실린 포항시 특집 기사. 포항시 제공

프랑스가 포항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구 5만의 어촌마을에서 세계 굴지의 철강산업도시로, 그리고 또 한번 2차전지·수소에너지·AI(인공지능)·바이오 중심지로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지는 포항의 저력 때문일터다.

철강이라는 굳건한 뼈대 위에 포항은 지금 산업 변화의 격동기를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1970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공장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1970년 4월 1일 포항종합제철공장 착공식이 열리고 있다. 포항시 제공

◆철강에서 2차전지로, 제2 영일만의 기적

포항의 주력은 어업이었다. 포항시사에 따르면 1960년 포항지역의 전체 공장 수는 72개(종업원 수 603명)였다. 대부분 조그만 선박 수리 창구나 통조림가공 공장이다.

그런 포항이 크나큰 변화를 맞은 것은 1973년 6월 9일. 동해안 끝자락 어촌마을에서 포항제철소의 첫 쇳물이 쏟아지던 날이다.

겨우 인구 5만의 볼품없던 소도시가 세계 제일의 철강산업도시로 재탄생하던 이 시기를 '영일만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국내 산업계의 다변화와 국제 경기 하락,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저가 공세 등에 밀려 포항의 철강산업은 침체기를 맞는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실물경제지표를 보면 최근 10년간 포항철강산업단지의 생산량은 2013년 16조360억원, 2014년 17조590억원에서 이듬해(2015년) 13조7천680억원까지 급락하는 등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2년 16조650억원으로 겨우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철강산업 일변도에서 2차전지, 수소에너지, 바이오,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도 포항경제의 주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선발주자로 '제2의 영일만의 기적' 을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2차전지이다.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전후방 기업들이 모여들며 포항 지역은 지난 2019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이어 지난해 7월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2차전지 산업 발전에 힘입어 포항시의 투자 유치액은 7년 사이 15조1천961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는 7조4천4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의 76%(5조6천억원)가 2차전지 분야이다.

2차전지 등 화학공업제품의 수출액은 2016년 1억5천100만달러에서 2023년(10월 기준) 41억4천200만달러까지 급속도로 늘면서 철강금속제품과의 격차를 점차 줄여가고 있다.

2차전지 기업이 집적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신항 전경. 매일신문DB
2차전지 기업이 집적한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신항 전경. 매일신문DB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펼쳐진 포항 강소연구개발특구(남구 지곡동.지곡밸리) 전경. 매일신문DB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펼쳐진 포항 강소연구개발특구(남구 지곡동.지곡밸리) 전경. 매일신문DB

◆앞으로 과제는?

이러한 투자유치의 기반은 무엇보다 제철산업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포항의 풍부한 인적·물적 인프라에 기인한다.

포항에는 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이 밀집해 2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포항신항과 동해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을 보유하고 있어 항만물류를 활용한 유통과 공급이 수월한 것 또한 큰 강점이다. 모두 포스코의 성장과 함께 포항이 오래 전부터 가꾸고 다듬어온 자산들이다.

다만 현재의 경제 다변화 노력에도 불구, 아직까지 포항의 산업 고도화(노하우 및 생산능력)는 더디다.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경북동해안지역 수출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지역내 고도화 점수는 3만4천점 정도로, 전국 평균 3만8천점에 비해 뒤쳐진다.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는 신산업이 많은 만큼 아직 기술 고도화가 미비한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지역 산업현장에서 일할 청년인구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여기에 급속한 성장세에 비해 이를 쫓아가기 버거운 땅·물·전기 등 기본 인프라 구축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현재 포항지역 산업단지 내 남은 부지는 신규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100만㎡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와 용수도 부족해 정부 지원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막은 상황이나 장기적으로 SMR(소형 모듈 원전), 해수담수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바이오 등 R&D 기반 신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인 포스텍을 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포스텍 연구중심의대'이다. 포항시는 포스텍이 자랑하는 '바이오프린팅 활용 오가노이드(유사장기) 분야'를 토대로 바이오 특화단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중앙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이렇다할 성적이 나지 않는 모양새다.

장진아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는 "포스텍은 이미 바이오프린팅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장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관련 기업과의 협력과 함께 이를 연구할 인력 양성 및 의료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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