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1937년 근대 건물, 공연·전시·팝업 '문화 백화점'으로

[갈랑가몰라] 쉽게, 가깝게, 다양한 공간에서…대구 중구 도심 속 新 문화공간
리뉴얼로 재탄생한 무영당, 전시·공연·영화 상영
라이크디즈위드, 모호주택은 전시장·소품숍 함께 운영

왼쪽부터 라이크디즈위드, 모호주택, 무영당. 모두 대구 중구 원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카페·소품숍을 함께 운영하거나 옛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분위기로 관람객들의 문화공간 유입을 꾀하고 있다.
왼쪽부터 라이크디즈위드, 모호주택, 무영당. 모두 대구 중구 원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카페·소품숍을 함께 운영하거나 옛 건물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분위기로 관람객들의 문화공간 유입을 꾀하고 있다.

"아차, 공연 예매 깜빡했다. 현장에서 티켓 살 수 있나?", "갤러리에 그냥 들어가서 그림만 보고 나와도 괜찮은걸까?"

생각보다 우리는 문화예술 공간 앞에서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문턱임에도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최근 보다 쉽고 가깝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힙한' 공간들이 대구 도심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카페나 소품숍을 함께 운영함으로써, 문화공간 앞에서 망설이는 사소한 문턱까지 없앤 것. 첫번째 순서로 대구 중구의 원도심을 따라가며 만난 신생 복합문화공간들을 소개한다.

모호주택에서 현수하 작가의 '흩날리는 것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모호주택에서 현수하 작가의 '흩날리는 것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모호주택에서 현수하 작가의 '흩날리는 것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모호주택에서 현수하 작가의 '흩날리는 것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연정 기자

◆모호주택(대구 중구 태평로22길 41-25 3층)

주택이라는 친숙한 공간과 전시장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찾기 전부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임에는 틀림 없었다. 사람과 차로 북적이는 북성로 공구골목 속 한 공구상점 옆의 계단을 올라 3층. 건물 주인세대가 썼던 가정집이 나온다. 골목과 건물 계단은 온통 찬 기운이 가득한데,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나무로 된 인테리어에서 예상 밖의 훈훈함이 뿜어져나온다.

오래된 양옥집을 개조한 이곳은 예술문화 대안공간 '모호주택'. 작가들의 전시와 공연, 문화행사들을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기획전시는 현수하 작가의 '흩날리는 것들'. 현 작가는 대구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현대미술과를 수료했으며, 수성아트피아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신진 작가다.

안방 한 켠에, 혹은 거실 벽에, 방 천장에 매달린 그림들은 친숙한 공간이기에 더 새롭게, 색다르게 보인다. 지난 9월 문을 연 이곳은 '북성로사진관'을 운영하던 사진작가 김영훈 씨가 마련한 공간이다. 전시와 함께 전시 오프닝 공연을 가끔 열기도 하는데, 공간이 넓다보니 다양한 이벤트를 시도할 수 있다.

방 한 곳은 자체 브랜드 '북성로사진관', '안녕난요정'에서 제작한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엽서, 인형, 포스터 등의 굿즈를 모아 소품숍을 운영 중이다. 거실 너머의 넓은 공간은 전시장이자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1대 1 문구 브랜드 창업 ▷기초 아이패드 드로잉 ▷코바늘로 간단 소품 만들기 ▷나만의 스티커 만들기 등 다양한 원데이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다.

꼭 소품을 사지 않아도, 클래스를 듣지 않아도 된다. 따뜻한 공간에 머물며 그림을 감상하고 여유를 느끼는 것만으로 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이크디즈위드 교동점의 엽서갤러리. 이곳에서 전시한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해 만든 엽서들이다. 이연정 기자
라이크디즈위드 교동점의 엽서갤러리. 이곳에서 전시한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해 만든 엽서들이다. 이연정 기자
라이크디즈위드 교동점에서 최종민 일러스트레이터의 '사계'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연정 기자
라이크디즈위드 교동점에서 최종민 일러스트레이터의 '사계'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연정 기자

◆라이크디즈위드 교동점(대구 중구 동성로 63 3층)

전시는 작가들에게 곧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신진 작가들은 대관료 부담 등의 이유로 전시를 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이곳은 한 달에 한 번, 주로 이러한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연다. 지역 대학 등을 통해 꾸준히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전시를 위한 캔버스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최종민 일러스트레이터의 '사계'. 사소한 일상 속의 따뜻한 행복을 그려내,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곳이 기존의 전시장과 다른 점은 '엽서갤러리'를 운영한다는 것. 330㎡ 가량의 넓은 전체 공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엽서갤러리는 바로 이곳에서 전시를 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해 만든 엽서들을 전시·판매하는 공간이다.

이경환 라이크디즈위드 주식회사 대구본부장은 "지금까지 서울점, 대구 김광석거리점을 거쳐간 작가들이 700여 명에 달한다. 그들의 작품으로 엽서 제작을 지원하고, 판매에 따른 저작권료도 지급해오고 있다"며 "이외에도 포스터, 북마크, 마스킹테이프 등 다양한 '아트 굿즈'를 함께 판매한다"고 말했다.

멤버십 형태로 운영되는 점도 독특하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전시관람 초대권과 엽서, 북마크, 제휴 카페 음료교환권이 주어진다. 교동점과 김광석거리점, 인근의 제휴 카페 모두 사용 가능하다.

하나의 문화공간이 신진 작가도 살리고, 주변 상권도 살리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 라이크디즈위드의 생각. 이 본부장은 "제휴 카페에 이어 음식점, 공연장까지 방문객들을 연계해, 지역의 문화관광 공간들을 활성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1937년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 건물. 최근 대구시가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연정 기자
1937년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 건물. 최근 대구시가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연정 기자
무영당 2층에는 팝업스토어가 들어서 있다. 이연정 기자
무영당 2층에는 팝업스토어가 들어서 있다. 이연정 기자
지난해 11월 무영당에서 열린 공연 모습. 레인메이커협동조합 제공
지난해 11월 무영당에서 열린 공연 모습. 레인메이커협동조합 제공

◆무영당(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8)

곽병원 뒷편, 다소 조용하고 인적이 뜸한 이 길에 독특한 분위기의 3층짜리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약간 낡은 듯,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이 건물은 1937년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

무영당은 1930년대 이후 이상화 시인이 작품을 발표하고, 이인성 화가가 전시를 여는 등 대구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청년들이 드나들었던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폐허로 방치되며 철거 위기에 놓였던 이곳은 대구시에서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단장했다.

1층 카페를 지나 옛 건물 특유의 낡은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서적과 의류 등 다양한 브랜드 팝업스토어들이 방문객들을 맞는다. 무영당 로고를 프린팅한 티, 가방 굿즈도 진열돼있다.

3층은 전시·공연, 워크숍, 스튜디오 공간으로 사용 가능한 이벤트 홀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지난해 11월 DJ들이 펼치는 미디어아트 파티와 사진 전시, 공연, 토크 콘서트 등이 펼쳐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발적이고 다채로운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층 루프탑 라운지, 무영당의 역사 기록을 담은 5층도 매력적이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품은 멋과 세련된 콘텐츠가 어우러져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근대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이자 문화도시인 대구의 특징을 잘 담아낸 곳이라 생각해요. 누구든 편하게, 부담 없이 찾아 전시·공연 등을 볼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대학생 김아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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