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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A to Z] 푸른 용의 해…영화에 등장하는 ‘용’의 모든 것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영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중 최고는 뭘까? 유니콘? 인어? 늑대인간? 대표 주자는 동양에서 말하는 용, 서양의 드래곤일 것이다.

2024년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용의 기운을 받길 기원하며 영화 속 용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용은 힘과 용기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판타지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골 출연진이다. 한·중·일 동아시아의 용은 모두 뱀과 같은 긴 몸에 수염과 뿔이 있으며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다. 못 속의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면 용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고, 이무기를 교룡이라 해 하늘을 오르기 위한 수행과 기다림의 과정을 비유하기도 한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2007)는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돼 승천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기도 했다. 60,70년대 간혹 등장하던 한국의 용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비주얼로 하늘을 오른 영화가 '디 워' 일 것이다.

동양의 용은 비늘이 덮인 긴 몸에 짧은 팔과 다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을 압도하는 서양의 드래곤과 달리 용은 인간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다.

애니메이션 '뮬란'(1998)에서 여성의 몸으로 전장에 나간 뮬란을 지키는 것이 바로 동양의 용 '무슈'다. 실사영화 뮬란(2020)에서 용 대신 서양의 불사조와 같은 봉황이 나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상의 음덕으로 수호신이 된 동양의 용이라는 신화적 요소가 사라지고, 혼자 날뛰는 1인 활극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15)에서도 백룡인 하쿠가 등장한다. 하쿠는 마법의 마을에서 혼자 방황하는 치히로를 지켜주는 선한 용으로 동양에서 수호신으로 떠받들여지는 용의 이미지를 그대로 영화에 담았다.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영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동양의 용과 달리 드래곤은 도마뱀의 형상에 박쥐의 날개를 가진 공포스러운 괴물이었다. 불을 뿜어 인간 세계를 파괴하는 이미지는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에서 잘 나타난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2013)에서는 북유럽 신화의 드래곤을 부활시킨 스마우그가 등장한다. 스마우그는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화룡으로, 상대의 심증을 꿰뚫어 보는 교활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드래곤은 인기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정도로 서양의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이를 뒤틀어 인기를 얻은 것이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2010)였다. 드래곤은 원래 착하고, 포악한 것은 인간의 고정관념이라는 메시지였다.

영화 속 드래곤 중 특이한 것이 롭 코헨 감독의 '드래곤 하트'(1996)이다. 모양은 날아다니는 공룡의 모습인데, 스마우그처럼 말을 할 수 있고, 지능도 가졌다. 용 사냥꾼인 주인공과 친하게 되면서 드라코라는 이름도 얻고, 친구처럼 지내며 주인공을 지켜준다. 서양 드래곤과 동양 용의 이종교합이랄까.

볼프강 패터슨 감독의 판타지 영화 '네버 엔딩 스토리'(1984)에서는 복슬복슬한 털과 귀를 가진 용이 등장하기도 했다. 빛나는 비늘을 온몸에 감싼 이 용은 그 어디에도 없는 형태로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을 태우고 하늘을 나는 모습은 동양의 용인데, 모습은 애견샵에서 익히 볼 수 있는 강아지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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