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세비 깎기 싫으면 국회의원 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수준으로 맞추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자의 급여부터 그런 수준으로 깎으라'(장경태 의원)는 것이다. 세비를 깎기 싫다는 소리를 이렇게 한다.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의 급여 수준이 적정한지는 별개로 논의할 일이다.

국회의원 세비가 과도하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국회의원 연봉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5.27배이다. 이는 OECD 국가 중 일본(5.66배), 이탈리아(5.47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1억5천700만원이다. 이는 4인 가구 중위소득(6천876만원)의 2배가 넘고 전체 가구 중위소득(5천362만원)의 3배에 육박한다. 국제적으로도 높다. 1인당 GDP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부자 나라 의원 연봉은 우리보다 낮다. 연봉만 많은 게 아니다. 연봉과 별도로 공무 수행 출장비 등을 포함한 각종 지원비가 1억1천276만원이다. 9명의 보좌진 인건비로도 연간 5억원가량 지급된다. 이를 모두 합치면 국회의원실 1개 유지에 연간 7억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다.

반면 생산성은 형편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제정보통신 보고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은 '입법 기구 효율성' 지수에서 139개 국가 가운데 99위였다.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30-50 클럽에서 꼴찌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연봉 대비 효과성(의회 활동 능력)에서 한국은 비교 가능한 27개 OECD 국가 중 26위였다. '밥값'도 못 하면서 무슨 염치로 거액 연봉을 받아 가느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염치를 안다면 스스로 깎아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세비 삭감을 공약했지만 선거가 끝나면 뭉개 버렸다. 이제는 이런 상습적 사기극의 막을 내려야 한다. 세비를 깎기 싫으면 국회의원을 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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