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5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무죄를 받아낸 데는 검찰의 수사 전제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거나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가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 주장의 핵심은 이 회장이 당시 그룹 승계 및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려 시도했다는 것이다.
애초 검찰은 양사 간 합병이 이 회장의 그룹 승계를 목적으로 했고, 이를 위해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1 대 0.35의 합병 비율이 미리 짜맞춰진 비율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 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어내려고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해석이었다.
반면 법원은 제일모직, 삼성물산 간 합병이 이 회장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므로 이를 부당하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룹 간 합병은 삼성물산의 성장 정체와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였고,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 경영진과 협의를 통해 검토하고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하기에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의 기업 승계와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이 동시에 추구될 수 있기에 이 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강화 자체는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하며 이 회장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87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으나 이번 1심 법원은 다소 다른 시각을 내비쳤다. 당시 대법원이 이 회장 뇌물의 대가성은 인정했지만 합병의 위법성 여부까지는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양사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게 해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7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이날 법정 출석길과 퇴청길 모두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유진 김앤장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