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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걸 민주주의 선거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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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고 서울 취재본부장
최병고 서울 취재본부장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며 위성정당 창당 행렬에 가담하여 국민의 다양한 정치 의사 반영을 방해하고, 소수 정당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합니다."(2021년 12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앞으로는 위성정당 논란이 마구 생길 텐데 그 점을 부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번 총선은 어떤 경우라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역사적 책임감 이런 것들이 크게 제 어깨를 짓누릅니다."(2024년 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오는 4월 총선 투표소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48㎝짜리 투표용지'를 또다시 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비례대표 배분 방식으로 '준연동형제' 유지를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4년 전처럼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같은 '선거용 아류당'에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비례정당 리스트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위성정당이라는 기상천외한 편법으로 대의민주주의가 후퇴해 버렸다"며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엔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며 말을 뒤집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걸 뻔히 아는데도 "여당이 이미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총선 승리를 탈취하려고 한다"고 남 탓을 했다.

선거제의 중대한 룰을 당 대표 한 사람에게 일임한 민주당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6일 이 대표가 제안한 현행 준연동형 유지를 담은 '통합형 비례정당' 제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민주당 의원 75명이 "정치 퇴행을 막아야 한다"며 공동으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한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촌극이 아닐 수 없다.

준연동형비례제는 본래 다수당에 불리한 제도다. 지역구 의석이 적은 소수당에 비례 의석을 더 주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에 도움을 받는 조건으로 정의당과 거래해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선거가 임박하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민주당 모두 의석수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무려 35개의 비례정당이 난립했다. 이들을 전부 담느라 투표용지 길이만 48㎝가 넘었다.

그 결과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63석, 미래통합당이 84석을 각각 차지하고, 두 정당의 비례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각각 17석, 19석을 가져갔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은 총선이 끝난 지 약 한 달 만에 모(母)정당과 흡수합당했다. 정의당은 6석, 국민의당은 3석에 그쳤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는 "뒤통수를 맞았다"고 격분했다.

22대 총선은 '떴다방' 선거판이 될 우려가 더 높아졌다. 위성정당 창당이 공식화되면서 정당 간 '거래'와 이합집산은 더욱 노골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구속 수감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정치검찰해체당'(가칭)이 창당되면 민주당의 충실한 우당(友黨)이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단적인 예다. 야권에선 정권 심판 기치 아래, 비례 선순위와 지역구 무공천 등을 조건으로 한 민주당과 야권 소수당의 물밑 거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도 위성정당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준연동형제가 첫 도입된 21대 총선을 두고 내가 던진 표(정당 지지)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야바위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유권자는 없고 정치적 셈만 난무하는 선거, 과연 이걸 민주주의 선거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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