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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칼럼] 능력주의의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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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전 부장판사, 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

우리나라 축구 최전성기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 시절이었다. IMF로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해있을 때 월드컵 4강 신화는 희망과 재기의 발판이 되었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한국 축구계의 고질적 병폐인 출신학교, 지역, 기업 등 연고와 상관없이 능력주의로 선수를 선발하고 지칠 줄 모르는 승부근성을 키워 한국 축구를 도약시켰다. 그 뒤 한국 축구는 한국인 감독과 외국인 감독을 번갈아가면서 영입했으나 끈질긴 공격 보다 수비형 빌드업 축구로 전환되었고 정실에 의한 선수선발과 기용이 계속되었다. 이후 한국 축구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일본은 상승의 길을 걸었다.

우리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에 탈락했다고 홍명보 감독을 사퇴시키고 모든 책임을 그에게 돌리고 있지만 이는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물론 홍명보가 감독으로서 선수선발과 경기운용 전략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들의 실력과 근성이 일본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저하되어 있다. 백패스와 횡패스를 자주하고, 볼 점유율만 따지고, 경우의 수만 따지는 한국 축구는 희망이 없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 리그에서 활동하는 몇몇 스타플레이어 이외에 유소년, 청장년, 대학, 프로 무대에서 저변이 넓지 못하다.

지금 한국은 축구뿐만 아니라 야구 등 다른 스포츠에 있어서도 일본과 비교하여 퇴보의 길을 걷고 있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기술을 연마하여야 하는 경기이다. 따라서 강한 규율과 엄격한 훈련을 필요로 하는데 학교 체육현장은 선수의 인권을 내세워 엄격한 훈련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법률, 경제, 의료 등 모든 면에서 과거에 비해서 퇴보하고 있다. 단지 음악 분야에서 케이팝, 경제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우뚝 솟은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그 외의 영역에서는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법률 분야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서 판사들의 연구 분위기가 퇴조하고, 판결도 치밀한 논리와 판례 보다는 각자의 소신에 따라서 멋대로 판결하는 경향이 있다.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들이 대거 개업하여 지금은 변호사 중 70프로 이상이 로스쿨 출신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실무연수를 받지 못하여 개업 초창기에는 생경한 법률문서를 만들고 있다. 물론 5년 이상 경력이 지나면 많이 개선되기는 하지만 개업 초기 변호사들의 법률 실무는 한심한 수준이다.

이것은 조국 교수를 비롯한 좌파 법학자들, 정치인들이 사법시험을 폐지한 것에 기인한다. 엄격한 자격에다 소수정예주의를 취하고 있던 사법시험 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정치인이 마음대로 정국을 이끌 수 없다. 그래서 다수의 변호사를 양산하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여 소수의 능력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 위주의 법조인을 대체하였지만, 법률 문화는 퇴보하고 있고 판례와 선례는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서 2023년 의사 수를 3000명선에서 5000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료대란으로 특수 진료, 응급의료 분야에 있어서 의료의 질이 현저히 퇴보하였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영상의학과 등 안전한 의료분야만 번성하고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의료사고 다발 분야는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한계를 돌파하는 창의적인 능력을 고양하기보다는 위험을 회피하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학생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군인은 국방을 튼튼히 하고, 판사는 판례에 따라서 공정하게 판결하고, 의사는 최신 의료 기술을 동원해서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회생시키고, 기업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최고의 가치를 두는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역사는 능력을 존중한 사회가 발전하고, 연고를 우선한 사회는 결국 쇠퇴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정한 경쟁은 개인의 꿈을 키우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연과 지연을 넘어 실력과 책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스포츠를 살리고, 기업을 성장시키며, 정치를 바로 세우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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