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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지구의 미술, 달나라로 떠나다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정연진 독립큐레이터

누구나 지구인으로서 한 번쯤은 지구 밖의 세계, 즉 우주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순 호기심에서부터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까지 담은 인간의 우주여행은 많은 것을 밝혀냈지만, 아직도 알아내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그 끝없음과 태초의 기원을 알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맞닿아 현재까지도 우주에 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 기간 동안 인간은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동물, 로봇, 자동차, 인간, 바이러스 등 다양한 것을 지구 밖으로 보냈다. 그리고 2024년 2월 15일,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동시대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인 제프 쿤스(Jeff Koons)의 작품 또한 우주로 보내졌다. '제프 쿤스: 달의 상 프로젝트(Jeff Koons: Moon Phases Project)'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로켓에 그의 조각 작품 125점을 달로 보내는 것이다. 이는 2022년에 처음 발표된 이후, 2023년 3분기 경 플로리다의 케이프 커내버럴에 위치한 NASA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2024년 2월 15일로 연기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작품은 지구에 설치될 조각품, 달에 설치될 조각품, NFT로 구성돼있다. 지구에 머무는 125점의 작품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여 각각 높이 40cm로 만들어졌다. 이는 지구에서 바라본 달의 상, 우주의 다양한 지점에서 바라본 상, 월식의 모습 등이 표현돼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플라톤, 갈릴레오, 모차르트, 앤디 워홀, 데이비드 보위, 마하트마 간디,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인류 역사 속 주요한 인물들의 이름이 각각 새겨져 있다. 또한 여기에는 조각이 달에 착륙할 지점을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등 보석으로 표시했다.

달에 설치될 작품은 지구에 남게 될 작품의 미니어처 형태로 약 2.54㎝이며, NFT는 각 작품의 이미지와 정보를 담고 있다. 즉,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지구에 남는 작품과 달 위 조각품의 소유권, 디지털 작품까지 갖게 된다.

작가는 우주 탐사의 업적과 이를 통해 넓어진 인류의 시각을 바탕으로 지구 안팎에서 인류가 놀라운 성취를 이어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소유욕과 정복욕에 관한 이야기 또한 담고 있는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류는 우주 탐사 초기에 지구 밖의 생명체에게 인류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소유한 작품을 우주로 보낸다. 지구 밖에도, 가상 세계에도 '나'의 소유물이 존재한다. 이렇게 인간의 욕심은 우주 밖으로까지 뻗어나갔다. 언젠가 그들이 꿈꾸는 달에서의 인간의 거주가 시작되면, 이 작품 역시 역사 속 주요 작품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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