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반민주적 민주당 공천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평생 정치·행정 분야를 연구한 필자가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공천이 지금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음은 물론, 밀실공천이니 비선공천이니 하는 모욕적 표현이 난무해도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는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뻔뻔하다.

그것도 모자라 '툭하면 사퇴하라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가 바뀔 것'이라고 되려 큰소리친다. 그렇게 당당하면 의원총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면 될텐데, 곤란한 상황에는 아예 나가지 않는다. 정곡을 찌르는 기자의 질문에 딴청을 피우는 것과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가.

공천은 공당이 제한된 선출직 자리에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적으니 잡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의 공천은 정도를 벗어난 음모와 공작이 난무해 이재명 유일체제 수립을 위한 반민주적 죄악에 가깝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언할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다. 당이 있고 후보가 있는 것인데, 후보를 앞세우고 당은 들러리가 되었다. 그때 이미 민주당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변호사인 이재명은 대선 과정에서의 선거법 위반은 차치하고라도 성남시장 때의 부동산개발과 관련한 의혹을 포함, 적어도 7~8건의 부패와 권한 남용 사건으로 기소되고 재판받을 것을 알고 있었다. 국회의원이 되어야만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고, 이후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질 수 있는 대표가 되어야만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웬걸, 160석이 넘는 정당의 공천권을 가진 대표인데도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어 하마터면 감옥에 갈뻔했다.

그 학습효과가 이번 공천에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체포동의안에 동의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비명 후보들을 원천 배제하려니 평가가 필요한데, 공정하게 평가해서는 현역 비명계 의원들을 완전히 공천에서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미 수행 업체 발표가 끝난 다음 날, 민주당은 현역의원 평가, 총선 후보자 적합도 조사, 경선 ARS 조사, 비공식 여론조사 등 모든 조사 분야에 '리서치디엔에이'라는 조사업체를 추가시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22년 지방선거 조사과정에서 수집된 안심번호를 특정후보에게 건넨 사실이 적발되어 보안과 윤리의 측면에서 고용해서는 안되는 업체였다. 이 업체가 꼭 필요했다는 의미다. 왜 그랬을까.

특정인을 공천하느냐의 여부는 공천관리위원회의 합의와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과정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후보 적합도 평가엔 현역의원을 배제한 채 실시하기도 했고, 누가 평가했는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조사가 난무했다. 평소 이재명 대표의 입장을 강력히 옹호해 온 의원들은 단수공천을 받았고,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은 약진하고 있다.

중·성동갑 지역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는 송파갑을 제안했는데,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김영주 의원은 하위 20%로 평가되어 공천 배제되었는데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고, 비교적 공정하게 활동해 온 박용진 의원도 하위 10%로 공천 배제되어 재심을 신청했는데 공관위가 열리기도 전에 기각 통보되었다. 공관위원장이 허수아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당법상 정당들은 의석과 지지율에 따라 국고지원을 받는다. 선거공영제로 선거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받는다. 현행법상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는 단체는 모든 사무와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많은 시민단체들이 이를 무시하고 비공개로 일관하다가 지원금을 회수당할 상황이 되자 어쩔 수 없이 공개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정당도 세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모든 사무와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원금 모두를 토해내야 한다.

공천위원장을 맡아 각종 조사와 평가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었는지조차 모르는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과연 민주주의를 공부한 정치학자가 맞는가? 알량한 국회의원 자리 하나 얻으려고 이재명 대표의 뒤에 줄 서 무조건 그가 옳다는 민주당 후보들은 '하일 히틀러'를 외치던 독일 국민이나 김정은 만세를 외치는 북한 정무위원들과 무엇이 다른가. 역사는 이재명과 민주당에 의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말살되어 가는 것을 반드시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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