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건국전쟁과 신고립주의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김우석 방송통신심의위원

봄의 전령 '3·1절'이 어김없이 태극기 물결과 함께 찾아왔다. 그러나 올해도 3천리 강산 전역에 오지는 못했다. 북쪽의 삭풍이 봄기운을 막은 지 75년이 훌쩍 넘었다. 여전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하지만, 올해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큰 흥행을 이어가며, 하야 64년 만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명예 회복을 시작했다. 사실, 세계 어떤 나라가 자기 나라 건국 대통령을 그리 폄훼하겠는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구한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누구보다 호기로웠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 속지 말라. 조선 사람 조심해라. 일본 놈 일어선다.' 조선은 '사람'이고, 당시 세계 최고 열강들은 모두 '놈! 놈! 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년 왕조가 힘도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망했다.

조정 관리 대부분이 친일파·친청파·친로파로 갈라져 제 살길만 찾았다. 그 와중에 황제는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까지 했다. 외국 공관은 외국 땅이니 엄밀히 말하면 나라를 버린 것이다. 당시 정부는 '우물 안 개구리'로 세계 정세를 전혀 알지 못했고, 열강들의 감언이설에 속절없이 휘둘렸다. 이는 이전의 쇄국정책 책임이 크다. 준비 없이 외세에 의해 세계로 갑자기 던져졌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식민지 시절에도 우리 민족의 생명력은 여전히 대단했다. 일제 침탈 후 10년도 안 되어, 세계에 유례가 없던 대규모 비폭력 저항운동인 '3·1운동'을 일으켰다. 〈독립선언문〉에는 '정의, 인도와 생존과 영광을 갈망하는 민족 전체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의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인 감정으로 정도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고 씌어 있다. 정의, 인도, 자유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현창하고 배타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 정신이 임시정부에 의해 계승됐고, 대한민국 헌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번영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계승하고 배타주의를 배격한 결과다.

반면 북한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현존하는 나라 중 가장 폐쇄적인 사회를 3대째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불야성인데, 북한은 암흑천지가 됐다. 북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남북 함께 '고립주의'로 가자며 우리를 현혹했으나, 요즘은 역부족을 느꼈는지 이를 포기하고 홀로 더욱 고립되고 있다. 세계는 남·북 간의 체제 대결은 이미 끝났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자유와 번영을 만끽하면서도 북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 이들은 '친일 프레임'을 강조하며 '민족주의'를 고집한다. '고립주의'의 다른 이름이고, '친북'의 또 다른 행태다. 그들은 반일을 내세우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정당한 이익을 가로채기도 했다. 그러고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이러한 파렴치한 행태는 하루 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북한의 '이승만 죽이기'가 우리 사회에 서서히 침투해, 결국 우리 건국 대통령을 '분열주의자' '살인마' '호색한'으로 만들었다. 교과서까지도 그를 '과오' 중심으로 기술했다. 언론의 '이승만 죽이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가 하지 않은 일들도 기정사실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인물이 건립한 대한민국은 사생아 국가가 됐다. 북한이 직접 이런 주장을 하면, 체제 경쟁에서 패한 독재자의 푸념 정도로만 치부될 것이다. 의외로 대한민국 내의 정치세력이 그러니 '치열한 반성과 새 출발의 각오'로 포장됐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역시 그리 간단치 않았다. 무관심 속, 시행착오 끝에 영화 〈건국전쟁〉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며칠 못 갈 것 같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영화관들도 마지못해 며칠 올리고 바로 내리는 전략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불가능해 보였던 관람객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강연과 관련 콘텐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조선과 북한은 쇄국주의, 고립주의를 고수해 망하거나 비루해졌다. 이승만이 세운 대한민국은 '3·1정신'을 계승해 인류 보편의 가치를 숭상하고 세계 속에 당당히 섰기 때문에 단군 이래 최고의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영화 〈건국전쟁〉은 이제 2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리는 보편성과 개방성을 견지해 계속 번영할 것인가, 아니면 고립주의로 다시 쇠퇴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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