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의 ‘친일’ 내로남불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나베'(鍋,なべ)는 냄비를 뜻하는 일본어다. 냄비에 채소와 소고기나 곱창 등 각종 재료를 넣어 끓여 먹는 전골 요리를 통칭해서 나베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쿠오카(福岡)의 대표 요리로 꼽히는 '모츠나베'는 우리식 곱창전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한국 사람 입맛을 끌어당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 조민이 유튜브로 소개한 '스키야키'와 '샤브샤브'도 나베다. 이를 두고 최서원의 딸 정유라가 "반일 투쟁하는 좌파들은 뭐하나? 디케의 딸이 일본 음식 스키야키를 먹는다"고 저격하기도 했지만 일식(日食)을 좋아한다고 해서 '친일파'로 비난하거나 반일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공감하기 어렵다.

'나베'는 여성을 비하하는 비속어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류삼영 후보 측이 선거 홍보물에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를 '나베'라고 지칭하면서 공격하고 나섰다. 문제의 홍보물은 류 후보 지지자가 제작,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류 후보가 무릎 차기를 하는 사진과 '냄비는 밟아야 제맛' 동작을에서 나베를 밟아 버릴 강력한 후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 홍보물을 두고 여성 비하라는 비판이 일자 류 후보 측은 18일 "상대 후보를 비하하는 내용의 웹자보 제작 및 유포를 중단해 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책임 회피에 나섰다. 그러나 이 홍보물은 동작을 등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10여 일 이상 유포된 뒤였다.

이재명 대표는 논란에 대해 사과하거나 중단을 지시하는 대신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프레임에 가세하는 선택을 했다. 그는 19일 SNS에 '달려라 류삼영, 동작을 선거는 신한일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4년 전의 반일 프레임 재생산에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11일 1번 숫자 모양의 칼을 쥔 이순신 장군과 이토 히로부미 사진을 제시하고 '일번이냐 일본②ㅣ냐'란 문구를 통해 2번을 찍으면 일본을 지지하는 것처럼 반일 캠페인 홍보물을 제작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재직 때 경기도 법인카드로 '일제' 수입 샴푸를 수시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일식 초밥도 즐겨 먹었다.

이런 전력은 이 대표의 반일 프레임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타인을 '친일'로 몰 자격이 있느냐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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