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백강의 한국고대사] 동양고전으로 다시 찾는 발해조선의 역사(23)

아리랑·장독대에도 남아있는 '홍익인간' 정신
발해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과 우리 민요 아리랑

환웅천왕과 단군의 홍익인간 개국이념을 전한 삼국유사 고조선 조항
환웅천왕과 단군의 홍익인간 개국이념을 전한 삼국유사 고조선 조항

'삼국유사' 고조선조항에서 환웅천왕의 환국 개국과 단군왕검의 고조선 건국 사실을 전했는데, 거기에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을 바탕으로 개국했다고 말하였다.

우리 민족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에는 전쟁이 아닌 평화, 국가와 민족을 넘어 인류가 공존공생하는 숭고한 인류애가 담겨 있다.

중국 한족의 시조 황제 헌원씨는 판천(阪泉)에서 염제 신농씨와 싸우고 탁록(涿鹿)에서 치우(蚩尤) 현도씨와 싸워 살벌한 전쟁을 통해 건국한 사실이 사마천 '사기' 황제본기에 기록되어 있다.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에 의하면 일본의 국조는 천조대신(天照大神)의 후예 신무천황(神武天皇)이다. '일본서기'에 신무천황은 서기전 660년~서기전 585년까지 75년간 재위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신무천황 역시 일본 최초의 국가 대화국(大和國)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피 비린 나는 전쟁을 수행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쟁이 아닌 평화적인 수단, 온 인류가 함께 잘사는 공존 공영의 인류애를 바탕으로 건국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조상인 환국 발해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 정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높은 의미를 갖는다.

홍익인간사상을 극찬한 토인비
홍익인간사상을 극찬한 토인비

◆아놀드 토인비, '25시'의 작가 게오르규의 홍익인간 정신에 대한 평가

'역사의 연구'라는 위대한 저서를 남긴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1889~1975)는 1973년 1월 1일 한국의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21세기에 전 세계가 하나되어 돌아가는 날이 온다면 그 중심은 동북아시아가 될 것이고 그 핵심사상은 한국의 홍익인간사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1916~1992)는 루마니아 출신이다. 그는 1974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한국찬가'라는 글에서 "한국민족이 낳은 홍익인간사상은 21세기를 주도할 세계의 지도사상이다"라고 말했다.

토인비와 게오르규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의 개국이념 홍익인간 정신에 대해 21세기를 지도할 핵심사상으로 높이 평가했다는 것은 실로 주목할만한 일이다.

◆발해조선의 건국이념 홍익인간이 한국정신이다

일본에는 사무라이 정신이 있고 중국에는 중화정신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어떤 정신이 있는가. 홍익인간이 수천년 동안 한국인의 정신 세계를 지탱해온 한국정신이라고 믿는다.

고구려 광개토태왕 비문에는 "도덕으로써 함께 다스린다(以道輿治)"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권력이나 형벌로써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도덕을 바탕으로 백성들과 함께 나라를 다스린다는 고구려의 "이도여치"는 고조선의 홍익인간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그리고 나라의 중대사를 의논할 때 만장일치를 통해 결정을 내렸던 신라의 화백제도, 농민문화의 미풍양속으로 자리 잡았던 두레의 상부상조 정신 등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독특한 문화전통으로 홍익인간 정신의 시대를 달리한 변화라 할 수 있다.

혹자는 선비정신을 한국정신이라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성리학을 표방했던 한양조선에 국한된 것이며, 우리역사 1만 년을 면면히 관통하는 한국정신은 아니다. 한국정신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홍익인간 정신이다.

◆홍익인간의 순수한 우리 말은 아라리이다

장독대에 놓여 있는 항아리
장독대에 놓여 있는 항아리

홍익인간은 '삼국유사' 및 '제왕운기' 등에서 환국 발해조선의 개국이념으로 소개되어 있고 오늘날에는 교육기본법 제2조에 교육이념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 가운데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국사 교과서에서도 그저 홍익인간 이념으로 개국했다고 말할 뿐 그 의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되어 있지 않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우리 민요 아리랑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는 가사 속에는 혼자서 가지 말고 함께 가자는, 서로 함께 어울려 잘살아보자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이는 혼자서 잘 먹고 잘 살려 하지 말고 약자와 강자가 같이 어울려 손에 손을 마주 잡고 더불어 잘살아보자는 나눔과 배려의 홍익인간 정신과 부합된다.

현재 아리랑에 대하여 국보를 자처한 양주동 박사를 비롯하여 수십 가지 해석이 존재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통일된 견해는 없다.

필자는 한국의 전통민요에 나오는 아리랑 아라리의 한자표기가 홍익인간이라고 본다. 즉 홍익인간의 순수한 우리말이 아라리인 것이다.

아리랑 아라리가 서로 함께 어울려 공생하는 나눔과 배려를 가리키는 홍익인간의 순수한 우리말이란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중국 천산 아래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직할시에 아라리시(阿拉爾市)가 있다. "아라리는 몽골의 말인데 '함께 모인다' '서로 함께 어울린다'는 의미가 된다(阿拉爾 蒙古語 爲"滙聚 交滙"的意思)"라고 아라리시의 시청 안내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회(滙) 자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중요하다. 융화, 융합의 뜻이 있다. 부동한 사상, 문화, 관점이 서로 만나 원융 화합을 이루는 것을 교회(交滙)라고 하는데 교회는 바로 홍익의 뜻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한반도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한국인은 아리랑이란 노래를 부르면서도 정작 아리랑 아라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저 멀리 중국 서북쪽 천산 밑에 우리 가요 아리랑의 아라리시가 있고 그 말의 몽골어 의미는 "서로 함께 원융 화합한다"는 뜻이다. "서로 함께 어울려 융합한다"는 아라리의 뜻이 홍익인간의 공존 공생 정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면 왜 중국 대륙 천산 밑 위구르 지역에 홍익인간의 우리말인 아라리가 남아서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일까. 천산 산맥 동쪽에는 박거달봉이 있는데 이는 우리말 밝달봉이다. 천산 산맥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가 칸탱그리봉이다. 칸은 임금, 탱그리는 단군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우리말로는 단군봉인 셈이다.

천산의 원래 이름은 백산(白山) 즉 밝달산이다. 여기서 환인씨가 환국을 건국했고 그것을 계승한 것이 발해유역의 발해조선이다. 그래서 그곳에는 환국 밝족과 관련된 흔적들이 보존되어 있다.

천산 산맥의 밝달봉과 칸탱그리봉이 우리 환국 밝족과 무관하지 않다면 환국이 건국된 그곳에 환국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순수한 우리 말 아라리가 남아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아라리의 뜻을 잃어버렸는데 몽골어에 아라리의 뜻이 살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몽골은 만리장성 밖의 북쪽에 위치하여 중국 한족의 침략을 비교적 적게 받았고 자신들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이 용이했다. 그래서 거기에 천산에서 기원한 환국 밝족의 원어가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장독대에는 배가 불룩한 옹기가 있는데 이를 항아리라고 한다. 고추장, 된장을 담그는데 주로 쓰였고 쌀이나 잡곡을 저장하기도 하였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음식을 담는데 사용한 그릇이 항아리라면 여기서 말하는 아리도 아리랑의 아리, 홍익인간의 의미와 상통된다고 본다. 광개토태왕 비문에는 아리수(阿利水)가 나온다. 이것도 우리말 아리의 한자표기가 분명하다. 다만 우리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겪는 와중에 그 어원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아라리 정신의 회복이 한국의 시대적 과제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은 남북으로 분단된 강토를 통일하기는커녕 한국사회 내부가 다시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져 두 나라가 되어 있다.

온 인류가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원대한 홍익인간을 목표로 건국한 민족이, 동족간에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극심한 분단과 대립의 양상을 보이는 오늘 한국의 현실은 조상님들께 부끄럽고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토인비, 게오르규가 21세기를 지도할 사상으로서 극찬한 홍익인간 사상, 백범 선생이 실현되기를 염원하신 단군의 홍익인간 이상, 원융 화합 공생을 가리키는 우리말 아라리 정신의 회복이 한국의 시대적 과제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shimbg2001@daum.net)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