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가족 마지막 가는 길" 반려동물 전용 49재…영천 천룡정사 '축생법당'

90마리 동물 영가 명복 빌어준 영천 천룡정사…4년 전 전국 첫 조성
제삿상에 강아지 간식, 극락왕생 바라는 연등도

지난달 30일 경북 영천시의 천룡정사. 법당 내부로 들어서자 누군가의 명복을 비는 촛불과 향불이 밝혀져 있다. 언뜻 보기에는 천도재를 지내는 평범한 법당의 모습이다. 하지만 영정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얼굴이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천시의 천룡정사. 법당 내부로 들어서자 누군가의 명복을 비는 촛불과 향불이 밝혀져 있다. 언뜻 보기에는 천도재를 지내는 평범한 법당의 모습이다. 하지만 영정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얼굴이다.

지난달 30일 경북 영천시의 천룡정사. 법당 내부로 들어서자 누군가의 명복을 비는 촛불과 향불이 밝혀져 있다. 언뜻 보기에는 천도재를 지내는 평범한 법당의 모습이다. 하지만 영정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얼굴이다.

천룡정사는 2019년 5월 경내에 전국 최초로 축생법당을 조성했다. 주인 곁을 떠난 반려동물의 명복을 전문으로 비는 법당이다. 지난 4년간 이곳에서 49재를 지낸 동물들은 무려 90여마리에 달한다.

◆사람과 같은 절차, 2시간 내내 울음 바다

"우리 창구가 다음 생에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찾아왔다" 교통사고로 반려견을 떠나 보낸 김수진 씨는 마지막 이별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사람과 함께 천도재를 봉행하는 법당은 많았지만 반려동물 전용은 이곳이 유일했다고. "마지막 가는 길까지 책임져주는 것이 주인의 의무라 생각했다"

반려동물 창구의 49재 모습.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반려동물 창구의 49재 모습.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위패를 두는 영단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이 가득하다. 동물 사료며 간식이며. 13가지 정도의 반려동물용 음식이 마련된다고 한다.
위패를 두는 영단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이 가득하다. 동물 사료며 간식이며. 13가지 정도의 반려동물용 음식이 마련된다고 한다.
반려동물 창구의 49재 모습.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반려동물 창구의 49재 모습.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반려동물 창구의 49재 모습.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반려동물 창구의 49재 모습.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우선 반려동물의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주고 반려동물 관련 물품을 불태운다.

반려동물 49재는 사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영혼을 불러내 씻기고 공양을 올린 뒤 영혼이 음식을 먹으면 명복을 빌어준다. 반려동물의 위패를 모신 영단에도 사람의 위패에 하듯 세 번 절한다. 모든 의식이 끝나면 반려동물 용품은 작은 배(용선)에 실어져 소각된다.

의식 내내 이어지는 울음소리도 사람 49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이란 사람이든 동물이든 매한가지. 사랑하는 이가 다음 생에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천도재는 2시간. 정식으로 의식을 치르면 1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천룡정사 주지 지덕 스님은 "동물과 인간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존 법당에서 반려동물 천도재를 봉행했는데, 거부감을 보이는 신도가 있어 반려동물 전용 천도 법당을 만들었다"며 "인간중심의 생명관에서 벗어나 일체의 생명과 나의 생명은 평등한 무게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창구의 물품이 다 태워지고, 법당에는 창구의 이름이 적힌 초록색 영가등이 달렸다. '망 창구 영가 극락왕생'. 창구가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길 비는 문구다. 곳곳에 걸린 이름도 눈길을 끈다. '이다름' '손태풍'… 반려인을 성을 그대로 따왔다.
창구의 물품이 다 태워지고, 법당에는 창구의 이름이 적힌 초록색 영가등이 달렸다. '망 창구 영가 극락왕생'. 창구가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길 비는 문구다. 곳곳에 걸린 이름도 눈길을 끈다. '이다름' '손태풍'… 반려인을 성을 그대로 따왔다.
영가등 하나하나를 보고,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지덕 스님. 사연은 다양하다. 경찰관 아빠를 둔 경찰견 무진이, 반려견 자두를 위해 인천에서 7번 왕복한 가족, 수십 년 전 잡아먹은 노루에게 미안하다며 뒤늦게 법당을 찾은 70대 노인, 전염병으로 소를 살처분하고 다녀간 축사 주인, 고국에서 반려견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온 재일 교포.
영가등 하나하나를 보고,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지덕 스님. 사연은 다양하다. 경찰관 아빠를 둔 경찰견 무진이, 반려견 자두를 위해 인천에서 7번 왕복한 가족, 수십 년 전 잡아먹은 노루에게 미안하다며 뒤늦게 법당을 찾은 70대 노인, 전염병으로 소를 살처분하고 다녀간 축사 주인, 고국에서 반려견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온 재일 교포.

◆제사상에는 동물용 사료와 간식 가득

창구의 물품이 다 태워지고 법당에는 창구의 이름이 적힌 초록색 영가등이 달렸다. '망 창구 영가 극락왕생' 창구가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나길 비는 문구다. '이다름' '손태풍'… 곳곳에 걸린 이름도 눈길을 끈다. 반려인의 성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진정한 가족으로 행복하게 살았다는 징표와 같다. 초록색 영가등 옆에는 축생등도 있다. 이는 살아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등을 단 것이다. 대부분 건강이나 행복을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위패를 두는 영단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이 가득하다. 동물 사료며 간식이며. 13가지 정도의 반려동물용 음식이 마련된다. 오이, 당근이 올려져 있는 것도 특이하다. "사람 천도재 할 때에도 다른 영혼들 드시라고 여러 음식을 장만해서 올려놓는다. 반려동물 천도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축생법당에는 다른 동물 영혼이 모일테니, 말이나 소 등 축생영가가 먹으라고 오이와 당근을 올려놨다"라고 지덕 스님이 말했다.

영단 앞쪽에는 49재를 올렸던 수 십여마리 동물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주인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에 순간 울컥한다. 창구의 사진도 그 한 켠 마련됐다. "90여마리의 동물과 함께이니 우리 창구가 외로울 틈이 없을 것 같다. 창구가 그리운 날이면 이 곳을 찾을 예정이다. 창구야, 다음 생에 더 좋은 주인 만나서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해. 나에게 다시 와 주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 수진 씨는 몇 번이고 창구의 사진을 쓰다듬었다.

◆충분한 애도 기간, 펫로스 증후군에도 도움

축생법당을 찾는 사연들도 다양하다. 동물에게 마음의 빚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한 여성은 반려견 자두를 위해 인천에서 7번을 왕복했다. 49재라고 하면 보통 7일 간격으로 7번의 재를 올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반려동물의 경우엔 49일재라고 해서 49일 당일에만 올리는 것이 대다수다. 하지만 자두의 반려인은 내리 7번 재를 올렸다.

왕복 8시간 걸리는 그 길을 자두를 위해 달리고 또 달려왔을 테다. 이를 두고 지덕 스님은 "반려견의 죽음을 두고 '자식 잃은 슬픔'이라고도 표현한다. 사람 가족을 보내고도 여러 번 장례 의식을 하는 경우는 드문데 반려동물을 위해 10번 넘게 방문하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십년 전 잡아먹은 노루에게 미안하다며 뒤늦게 법당을 찾은 70대 노인, 전염병으로 소를 살처분하고 다녀간 축사 주인, 먹이를 주던 길고양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안타까운 마음에 찾은 이도 있었다.

지덕 스님은 비행기를 타고 온 재일교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고국에서 반려견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고 온 분이셨다. 오셔서 3년치 선금을 지불하고 가더라. 한국을 자주 나오지 못하니 3년 동안 제사를 지내 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말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듣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동물 이상이자 가족 같은 존재인 것이다"

축생법당 안 탱화에는 동물도 그려져있다. 축생법당에 대해 설명하는 천룡정사 주지 지덕스님.
축생법당 안 탱화에는 동물도 그려져있다. 축생법당에 대해 설명하는 천룡정사 주지 지덕스님.

그리고 이러한 애도 방식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고 겪는 '펫로스 증후군'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반려견을 떠나보낸 한 반려인은 "49재 전에는 유골함을 집에 보관할 정도로 이별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가족 모두가 편해졌다. 불교 신자가 아닌데도 스님 말씀을 들으니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반려인은 49재를 치르고 며칠 뒤 스님에게 문자 한 통을 남겼다고. "스님, 우리 OO이가 꿈에 나왔는데 꽃밭을 뛰어 다니고 있더라고요. 우리 OO이 정말 좋은 데 갔겠죠?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감사합니다"

지덕 스님이 정성을 다해 반려동물 재를 지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16년 키우던 강아지가 떠나며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던 여고생이 있었다. 그 여고생에게는 이러한 의식 자체가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었던 거다. 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이 생을 떠나 더 좋은 생으로 갈 것이란 그 마음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갖는거다"

그리고 스님은 힘 주어 말했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가슴 아프다고 호소 하는데,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 이 방법이라면 내가 나서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사람과도 같다. 그러면 내가 30여년간 사람에게 지내주던 49재를 동물에게도 지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기댈 곳을 마련해 주는 게 절이 해야 할 역할, 그리고 불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거창할 것 없다. 우리는 그저 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스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자는 4년 전 취재했던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기사에 달렸던 댓글 하나가 생각났다. "반려견은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잃은 슬픔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겠지요. 가족이 죽어 장례를 치른다고 하는데 유난이라는 말을 할 수 있나요. 이런 장례 문화를 비난하지 말고 이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천룡정사는 2019년 5월 경내에 전국 최초로 축생법당을 조성했다. 주인 곁을 떠난 반려동물의 명복을 전문으로 비는 법당이다. 지난 4년간 이곳에서 49재를 지낸 동물들은 90여마리에 달한다.
천룡정사는 2019년 5월 경내에 전국 최초로 축생법당을 조성했다. 주인 곁을 떠난 반려동물의 명복을 전문으로 비는 법당이다. 지난 4년간 이곳에서 49재를 지낸 동물들은 90여마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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