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보다 수익이 중요한가" 티웨이항공 기장 징계에 비판 봇물

법원 “안전 이유 운항불가 결정이 징계 대상인지 의문” 징계 효력 중지 결정
항공업계 “항공기 안전은 기장의 의견과 결정이 가장 중요”

티웨이항공 여객기. 티웨이
티웨이항공 여객기. 티웨이

티웨이항공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승객 안전을 위해 정상적 정비를 요구했던 기장에 대해 무리한 징계조치를 내린 사실이 드러나자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항공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안전'을 책임질 항공사가 수익에 눈이 멀었다고 경영진의 '안전불감증'을 우려하고 있다.

◆출발지연 책임 기장에게 떠넘긴 티웨이, 법원 "징계대상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티웨이 A 기장은 올 1월 2일 베트남 깜라인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륙을 준비하던 중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 상태를 알려주는 '인디케이터 핀'의 길이가 기준치(1mm) 미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A 기장은 티웨이 규정인 '운항기술공시'에 따라 정비팀에 브레이크 교체를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A 기장은 회사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 운항이 불가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결국 티웨이는 한국에서 부품을 베트남으로 운송해 현지에서 브레이크를 교체했고, 이 과정에서 출발이 약 15시간 지연됐다.

A 기장은 안전을 이유로 운항불가라는 판단을 했지만, 티웨이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비행안전이 충분히 확보됐음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운항불가를 고수해 회사와 승객에 상당한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A기장에게 정직 5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티웨이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내렸다. 지난 3월 26일 대구지방법원 민사20-3부(재판장 김태균)는 A기장이 제기한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였다.

대구지법은 "규정에 충실하게 브레이크 교체를 요청하고 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운항불가 결정한 것이 독단적이고 무지한 판단에 따른 행위로 징계대상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라며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비행안전과 관련해 관계자들이 징계나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재직 중인 항공업계 관계자들도 티웨이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회전익항공기(헬리콥터 등) 조종사로 활동 중인 항공업계 관계자도 "안전에 문제에 있어 타협이 있을 수는 없다"며 "회전익 조종사들도 정비사들이 점검을 완벽히 했다고 보고해도, 조종사가 확인한 뒤 문제가 판단된다면 비행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회사 손해, 수익성을 징계 사유로 꼽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알렸다.

다른 항공사 직원도 "어느 항공사든 항공기와 관련한 문제는 기장 즉, 캡틴의 결정을 따르는 게 맞다고 본다. 징계를 받은 기장이 결정에 앞서 충분히 고민을 했을 것이고 이후 여파까지 생각했을 것인데 징계는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연 출발로 승객 불편을 초래한 게 기장인지 항공사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무리한 징계 이면에는 회사 수익 우선시하는 '본보기'

오히려 수백명의 승객을 태우고 비행을 해야하는 기장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상적인 결정에 대해 티웨이가 무리한 징계로 압력을 행사하며 다른 기장에게 '본보기'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모 항공사 조종사는 "근거가 있는 상태에서 기장이 판단한 문제를 징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례를 이유로 오히려 안전에 대한 판단이 더 위축될 수 있다"라며 "티웨이의 이번 징계는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들더라도 지연출발 등으로 회사 수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면 이의를 제기 말라'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실제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면 항공사는 손실이 난다.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국내선 1∼2시간, 국제선 2∼4시간 사이의 지연이 발생하면 운임의 10%를 보상한다. 국내선 2∼3시간(국제선 4∼12시간) 지연은 20%, 국내선 3시간(국제선 12시간) 초과 지연은 30%를 보상한다.(기상 문제 등으로 항공편 지연이 발생할 경우 제외)

티웨이 입장에서 '사소한'(?) 안전 우려로 출발을 지연하면 수익이 줄어든다.

공군 항공정비 부사관 출신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군 시절 아무리 정비를 잘 마쳐도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행을 거부하면 그 판단에 따랐다"며 "하물며 수백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여객기 조종사의 고심은 얼마나 크겠느냐"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티웨이가 기체 결함 문제 등으로 출발 지연된 사례가 꽤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것 아닌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방콕 돈무항 국제공항 항공기 탑승 게이트앞에서 티웨이항공 TW184편에서 하기한 승객들이 8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방콕 돈무항 국제공항 항공기 탑승 게이트앞에서 티웨이항공 TW184편에서 하기한 승객들이 8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다. 독자제공.

티웨이는 지난해 잦은 국제선 기체 결함과 지연 및 회항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에는 베트남 다낭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기체에서 결함이 발견돼 이륙 30여분 만에 회항, 7시간 40분가량 지연됐다. 10월 30일에는 인천에서 출발해 괌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긴급 안전점검 차 회항했다.

또 지난 12월 11일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발 청주공항행 티웨이 항공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던 중 경보음이 울리고 탄 냄새가 객실을 가득 채우는 문제가 발생해 9시간이나 지연 출발하기도 했다. 같은 달 3일에도 베트남 나트랑발 청주공항해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정비를 받으며 8시간 지연됐다.

한편, 티웨이는 A기장 징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발표해 "운항승무원 및 정비사 등의 의견을 무시한 채 기준 없는 독단적 판단으로 항공기 정상 운항을 방해한 것이며 징계 처분의 타당성은 본안 소송에서 판단 받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티웨이 관계자도 "정비사와 종합통제실 의견에 따라 회사에서는 운항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는데 해당 기장이 이를 거부해 출발이 지연되고 손해가 컸다"며 징계는 타당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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