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마라톤대회 뛰어보니…대회 규모 대비 운영능력은 ‘숙제’

엘리트·동호인 3만여명 참가해...역대 최대 규모
코스별 구간 헷갈리고, 일찍 비품 동난 곳도 있어
대구시 "내년에는 더 나은 대회 만들 것"

7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7일 오전 8시 30분쯤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2024 대구마라톤대회'가 진행 중인 모습. 박성현 기자

7일 대구 전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2024 대구마라톤대회'가 열린 가운데 직접 대회에 참가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회 규모에 비해 세부 진행 능력은 더 떨어졌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풀코스의 경우 기존에 같은 구간을 3차례 반복해 뛰던 루프코스가 대구 전역을 통과하는 순환코스로 바뀌자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4 대구마라톤대회'에는 세계 17개국 정상급 엘리트 선수 160명을 비롯해 55개국 마라톤 동호인 2만8천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풀코스는 대구스타디움을 출발해 수성못, 김광석 거리, 서문시장 등을 통과하는 순환코스로 진행됐고, 10㎞·5㎞ 코스는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취재진이 직접 10㎞ 코스에 참여해 보니 지난해보다 참가인원은 늘어난 반면 대회 운영 방식 등은 부실한 모습이 곳곳 눈에 띄었다. 10㎞ 코스 반환점 중 한 곳인 대공원역 인근에서는 반환점 표시가 잘 보이지 않아 몇몇 참가자들이 풀코스 구간으로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관리요원이 없어 엘리트 선수들의 개인 음료를 일반 참가자들이 마시는 일도 있었다.

특히 10㎞·5㎞ 코스 완주 후에는 대구스타디움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완주 메달 수령대에 대한 안내판과 줄을 정렬시키는 인력 등이 부족한 탓에 30분 넘게 참가자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스타디움 내부 통로에 멈춰서 있는 반면, 수령대 인근에서는 새치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맡겨놓은 소지품을 수령하는 곳 역시 서 있는 줄이 무색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했던 장모(25) 씨는 "10㎞를 한 시간 만에 뛰었는데, 메달을 받고 소지품을 찾는 시간이 오히려 더 걸렸다. 줄이 이리저리 꼬이는데 아무도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보였다"며 "지난해보다 참가비도 1만원 더 올랐는데, 간식 구성품 등은 더 빈약해서 아쉬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비해 스펀지 등 준비물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풀코스를 뛰었다는 박모(33) 씨는 "4시간 페이스로 뛰고 있던 약 20㎞ 구간에서부터 열을 낮출 수 있는 스펀지가 다 떨어져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오늘 크루들과 함께 뛰었는데 다들 평소보다 30분씩 기록이 더 늦춰졌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시작으로 같은 구간을 3차례 반복해 뛰던 루프코스가 대구 전역을 통과하는 순환코스로 바뀌자 주말 외출에 나선 시민들 사이에선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졌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정오쯤 연경동에서 동대구역 쪽으로 출근을 하던 김모(29) 씨는 "평소 20분이면 가는 거리를 오늘은 40분이 넘어도 도착을 못 해 파티마병원에서 내려 뛰어갔지만 결국 지각을 했다"며 "차가 다니는 구간도 신호등이 제대로 운영이 안되다 보니 더 혼란스러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권두성 대구시 체육진흥과장은 "메달과 소지품 수령대의 경우 일정 시간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혼란이 커졌던 것 같다. 교통통제는 선수들이 지나간 순서대로 도로를 곧바로 개통했다"며 "코스를 바꾸고 나서 하는 첫 대회다 보니 부족한 면이 있었다. 내년에는 더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오전 10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10㎞·5㎞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메달과 간식들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성현 기자
7일 오전 10시쯤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일대에서 10㎞·5㎞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메달과 간식들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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