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 민심은 어떤 총선 시나리오를 원할까?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정국 주도권 향배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민의힘은 '거야 심판론'을 내세워 의회 권력의 입법·탄핵 폭주와 국정 발목잡기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현 정부의 실정과 독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평가 성격의 선거다. 한국에서 중간 평가 선거는 통상 '여당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간 평가 성격의 4차례 총선(1996년, 2000년, 2016년, 2020년)에서 2020년 4월 총선에서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여당인 민주당(180석)이 압승한 것을 제외하고 집권당이 모두 패배했다.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은 제1당(139석)은 되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2000년 총선과 2016년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115석)과 새누리당(122석)은 제2당으로 전락했다. 최근 여론 추이를 보면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지역구 254곳 중 110곳에서 확실히 우세하고, 비례 의석과 경합지 성적을 더할 경우 '120∼151석+α'라는 판세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민주당은 사전투표율(31.3%)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권 심판론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예상이 맞아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선거 막판 여당 중진들은 "'거야 구도'가 형성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움직임 속 식물정부가 돼 나라 전체가 대혼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마도 이번 선거 결과는 야당 압승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유권자와 정권 심판을 열망하는 진보 유권자 중 누가 더 절박하게 투표장으로 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까다롭고 민감하며 감성적이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더구나, 막판까지 돌발 변수로 요동치고,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는 '샤이 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판세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방향, 국내 정책, 야당과의 협치, 외교 정책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총선 결과는 크게 네 가지 시나리오로 축약된다. 제1시나리오는 집권당의 과반 승리다. 국민의힘이 과반 승리하면서 국회 권력 교체가 이뤄질 경우,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정권 교체가 빛을 발휘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방향은 지속되면서 3대 개혁(교육, 연금, 노동)과 의료 개혁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의 급부상으로 여권 전반에 세대교체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고, 한미일 협력 체제에 대한 제도화 노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

제2시나리오는 집권당의 제1당 승리다. 국민의힘이 과반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야당을 근소하게 따돌리는 수준에서 승리한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통상 5년 단임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선 집권 3년 차는 임기 반환점을 도는, 소위 '꺾어지는 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3년 차에 위기와 마주했다. 이를 '집권 3년 차 증후군'이라 부른다. 여당이 승리해도 여소야대가 되면 야당과의 협치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제3시나리오는 야당 과반 승리다. 각종 법안과 개혁 정책이 야당 동의 없이 추진되기 어렵다. 만약 민주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거나 범야권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면 윤석열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식물정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를 타파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거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쩌면 프랑스에서와 같이 한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의회 다수당 출신 인사를 총리로 기용하는 '동거 정부'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제4시나리오는 야당의 제1당 승리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여당을 근소하게 따돌리는 수준에서 승리한다면 정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극단적 당파성에 따른 무책임한 정당정치와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치가 판을 칠 것이다. 국민의 선택은 늘 무섭고 절묘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고 민심을 잃으면 천하를 잃는다"고 했다. 과연 어느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어떤 정치 세력이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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