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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 1년…시스템 개선하니 또 다른 맹점이

인력 부족으로 또 무력화…조산 산모는 응급실 코앞에서 수용거부
지난해 10대 사망사건 이후 시스템 대폭 개선
의료진, 시스템 운용 인력 뒷받침 안 되면 무력화
“전공의 근무 때도 의료진 부족, 현재는 더 어려워”

대구소방안전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김진영(35) 소방교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대구소방안전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 김진영(35) 소방교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DB

지난달 17일 구급차에서 출산한 산모가 응급실 도착을 코앞에 두고 수용불가 통보를 받는 등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전한 맹점을 노출했다. 앞선 응급실 뺑뺑이 논란 이후 '119구급스마트시스템' 등 문제를 개선할 시스템은 갖췄으나, 운용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그칠 수 있기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환자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지난해 3월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응급실을 전전하던 한 10대 낙상 환자가 2시간 가까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던 것이다.

당시 대구시와 지역 소방본부, 응급의료기관은 머리를 맞대고 '지역응급의료협의체'를 구성,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지난 7월부터 적용된 '대구 응급환자 이송·수용 지침'에 따라 초응급중중환자는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선정하는 병원으로 즉시 이송하고 의료기관도 이를 수용하도록 했다. 또 환자의 상태와 주변 응급의료기관의 여건을 감안해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 병원을 선정‧통보한 뒤 119구급대는 현장에서 즉시 환자를 이송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이 지침을 지난 7월부터 적용한 결과 수치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8월과 9월 대구에서 '응급증상'으로 분류된 환자가 병원에 수용되기까지 10분 넘게 걸린 사례는 하루 평균 17.3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책 시행 전(4~7월) 23.2명보다 26% 정도 감소한 수치였다.

119구급대가 지역 내 응급실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119구급스마트시스템'도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인 이 시스템은 현장 구급대원들이 환자 응급처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복합적인 시스템 개선 속에서도 이번 사안처럼 '뺑뺑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배경엔 만성적 의료 인력 부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일하는 한 소방 관계자는 "대학병원 등 센터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인력 부족 등으로 119구급스마트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응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고 보건복지부 등에 별도의 인력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병원 역시 파업 여파로 혼란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인력 부족으로 병원 수용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했다.

당시 산모 수용을 거절했던 한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근무할 때도 의료진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파업 이후 비상 경영 상황이니 병원 수용이 더 어렵다"며 "시스템 입력할 사람도 부족하다보니 현장과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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