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급증하는 상가 공실률, 정책적 대응 필요하다

400m 골목길에 300개 휴대전화 판매점이 있던 곳이 바로 유명한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이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성장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통신골목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매장은 19곳뿐. 그럼에도 이동통신 3사는 천문학적 실적을 올렸다. 인터넷 기반 수익 구조 다변화와 함께 오프라인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판매 장려금 정책도 온라인 위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단골이 있는 곳만 버틸 뿐 온·오프라인 가격 차이 탓에 상가 매장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상가 건물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권 상가조차 경매 낙찰률이 떨어졌다. 지난달 법원 경매에서 서울 상가 208건 중 33건(낙찰률 15.9%)만 낙찰됐다. 인천, 경기 모두 낙찰률이 10%대에 그쳤다. 상가 공실률이 오르고 임대료는 낮아지면서 세금과 이자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가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이 모두 올랐다. 소규모, 중대형과 함께 소상공인이 밀집한 집합 상가까지 모든 유형이 동일하다. 서울 6대 상권 중 하나인 가로수길 공실률은 41%에 달했다. 고급 매장들이 즐비한 강남이나 청담도 20% 안팎이다. 1분기 경북의 상가 공실률은 20%대다. 집합 상가 공실률은 전국 평균이 10%인데, 경북은 26%대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대구는 10%대 공실률을 보였지만 상업용 시설의 공실률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탓도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오프라인 매장의 쇠퇴다. 온라인 구매로 고객들이 몰리면서 일부 밀집 상가를 제외하고는 유동 인구의 감소를 가져왔고 견디다 못한 업주들이 떠나자 곳곳에 '임대' '매매'가 나붙었다. 인구 감소에다 고령화 시대까지 맞물리면서 이런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부동산 전반에 대한 정책적 변화가 시급하다. 건물주가 꿈인 시대도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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