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당신이 영화관에서 장애인을 못 만난 이유

김유진 사회부 기자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두 다리로 걷고 달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영화관에서 휠체어를 타고 영화를 관람하는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지를.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봤다면 운이 좋은 거다. 장애인은 미술관에서도, 공연장에서도, 체육관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누리는 일상적인 문화 공간에 장애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너무나도 좁은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물리·심리적 장벽을 허물자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정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영화관은 전체 관람석의 1% 이상 휠체어석을 설치해야 한다. 좌석 수가 1천 석이 넘는 공연장 등 다른 문화 시설도 마찬가지다.

현실 속엔 이 같은 규정들이 허울뿐이다. 설치 의무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편의는 장애인이 챙겨야 한다. 지난달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찾았던 대구의 한 영화관 역시 이동식 일반 좌석을 밀어야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었다. 비장애인 남성 혼자서도 밀기 힘든 무게였다.

공연장은 또 어떤가. 예매부터 힘들다. 전화 예매만 되거나, 휠체어석 판매 공지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어렵사리 표를 얻더라도 객석 맨 뒷자리나 기둥 뒤로 밀려났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ADA)에는 휠체어석에 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좌석의 1% 이상이 휠체어석으로 마련돼야 하는 것은 물론 스탠딩 관중을 넘어 시야가 확보돼야 한다. 장애인석의 위치, 시야, 가격 등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모든 공연장, 티켓 배급업체, 제3자 티켓 판매업체는 직원에게 '장애인석 안내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는 점도 강제하고 있다.

우리도 좀 더 섬세할 순 없을까. 찾아보니 긍정적인 신호는 있었다. 정일균 대구시의원이 발의했던 '대구시 장애인 등의 최적 관람석 설치‧운영 조례안'이 그렇다. 시야를 가리는 불편한 위치 말고 '관람하기 좋은 위치'에 장애인 관람석을 설치하자는 내용이다.

다만, 조례안 통과 이후 아직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취재 당시 정 의원은 "조례가 하위법이라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위법부터 마련돼야 한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애인 복지는 지역성을 초월하지 않는가.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선다면 이 같은 아쉬움도 해결될 터다. 비장애인은 단지 장애인이 될 확률이 낮은 상태일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따져 봐도 장애인 복지 정책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장애 원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봐도 장애인의 80%는 사고나 질환으로 인한 후천적 발생이고, 선천적 원인은 전체의 7.9%에 그쳤다.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미국의 장애 인권 운동가 '주디스 휴먼'은 '나는 휴먼'이라는 자서전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일터에서, 식당에서, 극장에서 더 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고 싶다. 완전한 배리어프리는 당장에는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 이들에게 닿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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