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접근금지' 아내 찾아간 남편 현행범 체포…가정폭력·스토킹 분리조치 무용지물

14일 오전 50대 남성 임시조치 위반 혐의로 체포돼
임시조치 어기고 2차 범행 계속돼 대책 시급
전문가들 "관련 법 개정 통해 피해자 보호 조치 적극적으로 나서야"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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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조치를 받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행 임시조치 제도가 위반 시 제재 규정에 불과하다 보니 가해자의 접근을 막는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전 8시 34분쯤 달서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들고 있던 50대 남성 A씨가 임시조치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난 9일 아내를 폭행해 격리와 100m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통보받은 상황이었다. 당시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해자 처벌 불원 등의 사유로 기각했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가정폭력이 재발될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에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임시조치는 ▷퇴거 등 격리조치(1호) ▷100m 접근금지(2호)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3호) ▷의료기관이나 그 밖의 요양 시설에 위탁 조치(4호)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5호) 등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임시조치를 어기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 2차 범행을 저지르는 일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7월 경북 성주에서는 50대 남성이 접근금지 처분에도 불구하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해 9월에는 대구 수성구에서 30대 남성이 접근금지에도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일선 경찰들은 가정폭력 위험군의 경우 임시조치 외에 더 현실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막상 가해자가 갈 곳이 없다 보니 피해자가 온정으로 받아주는 경우도 많다"며 "법원에서도 구속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재범을 막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국가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지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시조치 자체는 단순히 '하지 말라'고 하는 소극적 처분이라 재범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며 "이 조치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피해자 접근 여부를 위치추적 관제센터에서 실시간 감독할 수 있는 전자장치 부착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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