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규택의 새론새평] 5월은 인성을 생각하게 하는 가정의 달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신록의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5월이 가정의 달이 된 유래는 세계 가정의 날(15일)과 관련이 있다. 세계 가정의 날은 1993년 유엔이 제정한 국제 기념일이며 건강한 가정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세계 가정의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2004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5월의 첫날인 1일은 근로자의 날이고, 5일은 어린이날이며 8일은 어버이날이다. 15일은 스승의 날이면서 세계 가정의 날이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언급된 어린이, 근로자, 어머니와 아버지, 스승, 부부, 가정 같은 어휘들은 모두 사람의 존재와 그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이 단어들의 상호 연관성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게 되고, 그 근원을 가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가정은 가족에서 출발한다. 영어 단어 family(가족, 가정)는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에서 첫 글자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 사랑하는 소중한 장소일 것이다. 가정은 바른 인성 형성의 출발지이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 언제부턴가 불화와 불의한 모습으로 추락하고 있어 안타깝다. 가정의 달을 맞으면서 우리를 우울하게 한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서울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 친구의 목을 여러 번 찔러 살해한 20대 최 모 씨가 14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았고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1등 문화와 엘리트 의식에 빠져 작은 상처나 거절에도 참지 못하거나 상대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의 슬픈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사건은 공부만이 전부가 아닌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일깨우게 한다.

다른 우울한 일도 발생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의 뺑소니 사건이 운전자 바꿔치기와 증거인멸 의혹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역경을 헤친 그의 성공담을 믿었던 대중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총선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출마자들이 당당히 당선되었듯이, 자신도 그 대열에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인 것은 그가 사건 발생 열흘 만인 19일 밤에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그의 뒤늦은 후회가 억지 춘향 격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한 줄기 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그를 진정으로 아끼는 팬이라면 지지와 함성보다는 따끔한 주의와 염려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재기할 수 있게 따뜻하게 응원하는 것이 상식이다. 잘못을 눈감아 주면 잘못과 일탈이 일상이 될 수 있고, 우리 사회는 도덕 불감증에 빠지게 된다.

가정의 행복은 경제력, 학력, 성공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지지와 배려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한평생을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고, 억울한 일도 있고 오해로 인한 갈등도 겪는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 그 원인이 남이 아닌 나라는 건전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때 잘잘못을 깨닫게 하는 가족의 진정한 관심이 필요하고, 누구보다 가족의 아낌없는 사랑이 치유의 효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성공할 때가 아니라, 그 자녀가 일탈하거나 힘들고 어려울 때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조언하는 존재여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 원로들도 부모와 같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가정의 달, 우리는 부모 욕심으로 자녀들을 사회적 잣대의 성공이란 범주로 몰아가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고 깊이 성찰할 때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초등학교부터 동아리 활동이나 봉사 활동, 체육 활동 같은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인성을 배양하게 하고 남을 배려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가정 및 지역사회가 인성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1등만을 위한 경쟁 구조가 아닌 타인을 존중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부모도 자녀가 진정 독립해서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지하고 기다려 주고 응원하면서 지켜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가정의 힘으로 자녀에게 무한 경쟁이 아닌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인성을 갖추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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