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역 예술인들이 예산 부족으로 끙끙 앓고 있다. 대구시립예술단이나 민간 예술단체 가릴 것 없이 돈줄이 말라붙어서 전전긍긍이다.
예술계에서는 "20년 전과 비교해 예산 숫자는 그대로인데, 물가 상승에다 인건비 상승까지 감안하면 지금은 예산 절반 이상이 달아난 위기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문화예술의 도시 대구' 위상을 지키기는커녕 거대 자본과 인프라로 무장한 타 시도에 모든 것을 뺏기고 지역 예술인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는 정부의 기조가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다, 대구시 역시 홍준표 시장이 '부채 축소'를 내세우며 긴축재정을 통해 문화예술계 예산을 축소해서다.
올해 대구연극제 예산은 2천만원. 모두 8팀이 출전해 고작 250만원씩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 출연 배우들의 개런티는 꿈도 못 꾸고, 제대로 된 무대 장치조차 마련할 수 없다. 이쯤 되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나?'는 내부 성토의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전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위상 높은 대구 연극계지만 안으로는 더 이상 졸라맬 허리가 없을 만큼 쇠약해져 있다.
전국 무용제에 출전하는 대구 무용 대표단에 지원되는 금액은 2천만원. 하지만 광주는 9천만원, 인천은 7천만원 등 몇 배 차이가 난다. 한 무용계 관계자는 "예술 본연의 가치만으로 돋보이기엔 무대 장치나 조명, 음향 등에 돈을 쏟아부은 타 지역 팀과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대구국제성악콩쿠르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약칭 WFIMC) 가입 승인이라는 걸출한 성과를 일궈 낸 대구음악협회가 마련하는 축하 음악회 예산도 고작 2천만원이다. 오케스트라와 유명 성악가, 4개 대학 학생들이 합동 공연을 펼치는데 출연료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대구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5천만원을 지원해 달라는 대구음악협회의 요청을 외면했다.
대구시에 소속된 예술단원들이라고 살림살이가 넉넉한 것은 아니다. 단원들의 인건비를 제외한 대구시립국악단의 올해 공연 기획 예산은 1억3천만원. 이를 가지고 60회의 크고 작은 공연들을 소화해야 한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역시 3억4천900만원을 연간 85~90회의 공연에 쪼개 쓰는 초긴축 정책을 시행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 속에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오는 10월 3일 대구시립예술단 6개 단체 250여 명이 함께하는 음악극을 제작한다며 예산을 갹출하면서 곳곳에서 곡소리가 들려오는 실정이다. 하루에 쏟아붓는 예산이 출연료를 제외하고도 3억4천400만원이다.
예술단 내부는 물론이고 지역 예술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야외 공연이라 날씨 영향이 큰 데다, 6개 예술단과의 사전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정이 빡빡한 상황인 것. 게다가 무용단 1천만원, 합창단 2천만원, 국악단 1천만원, 교향악단 2천만원, 찾아가는 공연 1억4천700만원 등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을 곶감 빼먹듯 빼와 큰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6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을 준비하던 대구시향은 예산의 한계로 인해 행사 준비에도 제동이 걸릴 위기다.
예술단 내부에서는 "단 하루에 거액을 쏟아부을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6개 예술단 각각의 장르 특성을 살리는 데 예산을 지원하는 편이 시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생활 향유에 훨씬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푸념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특정 공연 예산 편중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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