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이 '개혁'을 내걸고 출마를 선언하면서 그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지난 6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총재가 되면 최대한 빨리 중의원을 해산해 국민적 공감대를 회복한 뒤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정치·교육 등 분야에서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이 진실로 바뀌는 것은 개혁을 압도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리더를 고르는 것"이라며 자신이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40대의 젊은 정치인의 개혁 주장이 관심이 끄는 이유는 그의 집안 배경 덕분이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82) 전 총리 차남이자 증조부를 시작으로 4대째 이어진 세습 정치가 일원이다.
1981년생인 그는 총리 출신 부친의 든든한 후광으로 2009년 중의원(하원)에 처음 입성해 5선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혁, 개혁, 개혁"
그는 기자회견에서 '개혁'을 56번이나 언급했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파벌 중심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후미오 정권과 자민당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염두에 두고 정치개혁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 회견에 대해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공기를 의식해 43세라는 젊음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은 그의 부친이 사용했던 용어인 '성역 없는 구조개혁'과 매우 흡사한 '성역 없는 규제개혁'을 말하는 등 개혁 이미지로 지지를 얻은 아버지를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고이즈미 전 총리는 공공사업 삭감, 부실채권 처리 등을 추진했다"면서도 "시장원리주의에 기초한 개혁이 격차 확대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짚었다.
일본 패전일인 지난달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기 위해 보수층이 바라는 개헌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요미우리신문은 젊음과 개혁으로 무장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총재 선거 도전 의사를 표명하자 각 진영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는 누구?
그는 간토가쿠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롬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한 뒤 2007년 귀국해 아버지 비서로 일하면서 사실상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 정계를 은퇴한 아버지의 과거 지역구인 가나가와현11구에서 2009년 출마해 당선됐으며 현재 5선 의원이다.
각료 경험은 아베 신조 전 총리 때인 2019년부터 약 2년간 맡은 환경상이 전부다. 환경상에 오를 때 나이는 38세로 역대 남성 각료 중 최연소였다.
'비자금 스캔들'의 여파를 겪고 있는 자민당 일각에서는 그의 준수한 외모와 젊은 이미지가 당의 쇄신 이미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다만 그는 엉뚱한 표현 때문에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환경상 때인 2019년 "기후변화 같은 커다란 문제는 즐겁고 멋지게, 섹시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해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가벼운 표현이라는 논란을 샀으며, 한국에선 '펀쿨섹좌'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난 2019년 한 주간지에 의해 기혼 여성과의 불륜 의혹이 보도된 적도 있다.
그는 불륜 의혹이 터지기 4개월 전 유명 아나운서인 다키가와 크리스텔(46)과 결혼 계획을 발표하면서 '속도 위반' 임신 소식을 함께 전했다.
그의 아내인 다키가와는 도쿄올림픽 유치전 때 손님 접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를 영어와 프랑스어로 어필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해 유명해진 인물로, 아버지는 프랑스인이고 어머니는 일본인이다.
◆경쟁자들은?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비롯해 역시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노 다로 디지털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는 현행 자민당 총재 입후보 제도가 1972년 도입된 이후 최다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도 입후보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차기 자민당 총재 자리를 놓고 1위 싸움을 하는 상황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다음 대통령?…이재명 41.2%로 한동훈 두 배 넘었다
국군의날 시가행진한 사관생도들, 수업일수 못채워 내년 개강 늦춘다
트렁크 사용 시 택시요금 1천원 더?…대구시, 업계 요금 인상안 검증 중
[사설] ‘서울의소리 녹취 파동’, 한 대표 대응 방식이 당정 관계 갈림길
22대 국회 임기 4개월…TK의원, 법안 성적 부진에도 국회·당 요직 차지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