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운동하려고 헬스장 자전거에 앉았는데 안장 높이가 낮아 불편했다. 옆자리 여학생은 안장이 높았는지 살짝 낮춘 다음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탈 때도 안장 높이가 맞지 않으면 페달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데, 하물며 국가라는 거대 조직은 오죽하겠는가. 지역마다 문화, 자원, 특성이 달라서 모든 도시를 획일화된 잣대로 재단하면 균형발전은 요원하다.
균형발전 모범사례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권역별 산업 배치를 통한 국가발전전략을 보면 알 수 있다. 국가 전체 발전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따라 각 지역으로 분산시킨 국가산단들은 전국을 거점별로 발전시켜 우리나라의 선진국 대열 진입에 밑거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불균형 문제로 큰 시름을 앓고 있다. 지난해 경북에서만 8천205명이 순유출됐고, 그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대부분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다. 지방 소멸 위기가 목전에 다가왔다.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때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단순히 모든 지역을 같은 출발선상에 놓는 것이 아니다. 체형에 맞게 자전거 안장을 조절해야만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듯, 균형발전 전략에도 지역별 특성과 잠재력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각 지역이 각자의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돌릴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첫째, 법인세율 지방 차등제를 시행해야 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액 감면은 수도권 기업이 누리던 혜택을 포기할 만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별로 법인세를 차등 적용해 지방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
둘째, 전기요금의 차등화제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발전 시설 인근 지역에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통해 이미 효과가 검증된 만큼 빨리 도입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방 도시들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는 문화브랜드산단과 아이돌봄가능산단을 조성해야 한다. 전통적인 산업단지에 문화적 요소를 결합해 청년들이 살고 싶은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한편, 근로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 내에 돌봄 시설을 갖춰, 젊은 인재들이 지방에서 살며 일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미는 이런 산단 만들기에 앞장서고자 한다.
이런 정책으로 지방 도시의 경쟁력을 키워야만 인구 감소를 막고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자녀 세대 도래를 우려하는 시대다. 이를 막고 국가 발전에 새로운 추진력을 제공 가능한 것은 오직 지방뿐이다. 그러려면 지방에서 태어난 이들이 고향에서 교육받고, 일하고, 가정을 이루며 지방에서 생애 전주기를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희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 총소득(GNI)이 3만 6천194달러로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희소식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답은 지방에 있다'. 지역 맞춤형 균형발전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돌려 GNI 4만, 5만 달러 시대가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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