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작황 부진에 따른 '베지플레이션'(Vegeflation·채소류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54로 전년 동월 대비 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하지만 채소류 가격은 16.3% 급등하며 안정세에 접어든 생활물가를 다시 위협하고 있다. 시금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5% 올랐고 상추(41.4%), 배추(37.6%), 토마토(17.5%)도 상승했다.
또 8월 생산자물가지수도 7월(119.56)에 비해 0.1% 하락한 119.41(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으나 농산물(7%)을 포함한 농림수산물이 5.3% 오르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길어진 폭염과 기습적인 폭우, 되풀이되는 가뭄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작물 공급이 불안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사과, 배 등 과일류 가격이 물가 상승을 견인했고 추석 이전부터 고랭지 배추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배추를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특가 판매를 진행 중인 대형마트에서는 오전부터 물량이 동이 났다. 배추 가격 상승으로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고 포장김치로 수요가 몰리면서 조기품절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상차림의 필수 요소인 김치를 뺄 수 없는 소상공인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다가오는 김장철까지 배추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을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군 등이 이달 19일 시작된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는 생산성을 낮추고 물가를 끌어올리고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한국은행 조사 결과 이상기후 충격 발생 시점부터 약 12개월 후 산업생산 증가율을 0.6%포인트(p) 떨어졌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충격 후 약 3개월 만에 0.03%p 높아졌다.
기후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민 대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여름은 갈수록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극한 강우 발생 횟수가 늘고 폭염의 위험도 높아질 것"이라며 "작물 재배지 북상, 외래 해충 발생 증가 등 농작물 재배환경도 악화될 수 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이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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