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尹 탄핵 없이 예산 합의 없다', 나라 살림이 탄핵과 무슨 상관인가

더불어민주당이 대외 신인도와 경제 안정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조속히 확정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고, 10일 헌정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減額豫算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비서실 예산 등 7천억원 정도를 추가 감액할 계획이었으나, 비판이 거세지자 당초 감액안 4조1천억원을 그대로 통과시킬 전망이다.

비상계엄 후폭풍을 감안하면 오히려 대통령실에 대한 민주당의 추가 예산 삭감 주장은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생과 국가 기관의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행태는 책임 있는 공당(公黨)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가의 혼란을 극대화시켜 민생 안정보다 정치적 이익을 최대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셈이다.

지난달 29일 예결특위에서 강행한 4조1천억원 감액 예산안 속에는 검찰·경찰·감사원 등의 특활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조직폭력·마약 사범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 등의 수사에 사실상 손을 놓게 만들고, 국가의 감사 기능도 마비시켜 버렸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선량한 국민(國民)이 될 것이다. 특히 군 장병 수당, 청년도약계좌, 대학생 근로장학금, 청년 일경험, 차세대 원전 연구 등을 비롯해 서민·청년, 국가의 미래를 위한 예산마저 무차별적으로 삭감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민주당도 조속한 예산안 합의를 원하는데, 내란을 공모한 반헌법적 정부와 합의를 하자는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든, 탄핵하든 반헌법적 요소가 해결된 후 예산을 합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때문에 예산안 합의를 않겠다는 것이다. 자기모순(自己矛盾)이 아닐 수 없다. '묻지 마' 감액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것은 계엄 선포 전의 일이다.

모든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서민·민생 예산의 파괴는 민주당의 예산 폭주, 탄핵 남발, 범죄 혐의자 보호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 등에 대한 국민적 역풍을 불러오는 자충수(自充手)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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