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선(45·가명) 씨는 하루 온종일 땅과 하늘 볼 시간도 없다고 했다. 가족 다섯 명의 안위가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민선 씨는 가족 간병 요양보호사로 오전에는 친정어머니, 오후에는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퇴근하고는 장애인인 두 딸과 남편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
게다가 민선 씨의 아픈 손가락인 둘째 딸은 최근 제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병원에 긴급 입원했다. 둘째는 어릴 때부터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당한 탓에 더는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아 하는데, 퇴원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 그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진퇴양난이다. 나 하나 희생해 가족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뿐인데, 어쩐지 가족들은 모두 불행한 것 같다고, 민선 씨는 한탄했다.
◆아버지 중매로 강제 결혼…둘째 아이 차별·학대하는 남편
민선 씨는 어린 시절 가정이 참 화목했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였던 민선 씨 아버지는 휴일이 되면 온 가족을 택시에 태우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민선 씨는 남동생과 함께 아버지가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사적을 구경했던 게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민선 씨가 중학교에 들어간 뒤 한국에 큰 태풍이 불어닥쳤다. 외환위기였다. 집안 형편은 갑자기 어려워졌고, 민선 씨는 가고 싶었던 여자고등학교 대신 산업체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주야 교대로 학교에 다니며 대구 월배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민선 씨는, 졸업하고 나서도 그곳에서 몇 년을 더 일하다 퇴사했다.
20대 중반 고향으로 돌아온 민선 씨는 아버지의 중매로 결혼하게 됐다. 상대는 아버지가 교회에서 알게 된 이발사의 아들이었다. 그에게는 지체장애가 있다고 했다. 민선 씨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민선 씨 어머니도 민선 씨 편을 들어줬지만, 아버지는 완강했다. 결국 부모님은 몇 달간 크게 다퉜고,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던 민선 씨는 교회 목사님의 '봉사하는 마음으로 결혼하라'는 말을 듣고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민선 씨는 결혼 1년 만에 첫째 딸을 낳았다. 지체장애인이라던 남편은 알고 보니 중증 지적장애였고,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폭력성을 드러냈다. 그래도 신혼 때는 일상적인 부부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민선 씨가 둘째 딸 선혜(13·가명)를 낳은 뒤 시아버지가 암으로 아프기 시작하자 남편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돌발 행동을 하는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은 둘째 선혜를 첫째와 심하게 차별했다. 선혜에게 항상 고함을 질렀고, 피붙이에게 하는 말이라곤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심한 욕설을 하거나 폭력을 퍼붓기도 했다. 선혜가 집에 데려오는 친구들도 쫓아내기 일쑤였다. 그 탓에 마음의 문을 닫은 선혜는 언어발달도 느렸고, 어릴 때부터 많은 상처를 받으며 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민선 씨를 붙잡고 세 모녀만 따로 나가서 살면 안 되느냐고 울었을 정도였다.
◆남편 폭력 점점 심해져 입원한 딸, 퇴원 앞두고 "아빠 마주하기 싫어"
이발소를 운영해 네 가족 생계를 책임지던 시아버지가 3년 전 세상을 떠난 뒤, 남편은 더 폭력적인 사람이 됐고 가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서 일하는 남편과,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돌보며 가족간병 하는 민선 씨가 버는 돈은 월 120만원 남짓. 장애수당과 시어머니 노령연금을 다 합쳐도 다섯이 생활하기엔 부족한 금액이었다.
민선 씨는 카드 대출에 따로 모아둔 비상금까지 모두 털어 살림을 꾸려야 했다. 지출의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가족들의 병원비다. 선혜가 지난해 학교에서 불량 학생들에게 돌을 맞아 머리를 다친 뒤부터 경련과 실신을 반복해 찾은 병원에서 뇌종양을 발견했다는 점도 민선 씨의 부담을 키웠다.
학교와 집에서 수시로 쓰러져 팔다리를 덜덜 떠는 선혜를 보고도 심각성을 몰랐던 남편은, 지난 4월 키우는 거북이를 괴롭히는 자신을 선혜가 말렸다는 이유로 뺨을 때려 경찰에 의해 분리 조치까지 됐다.
선혜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진해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두렵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최대한 떨어져 있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선 씨 남편은 선혜가 입원해있는 중에도 수차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올 것을 종용했다. 그 탓에 선혜는 병원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사과해야 했고, 병실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선혜의 바람은 "폭력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것밖에 없다. 하지만 오는 20일 퇴원을 앞둔 선혜가 갈 곳은 아버지가 있는 집뿐이다. 민선 씨는 겉으로 드러나는 멍이나 칼자국이 없는 이상 남편을 강제입원시킬 수도, 재판을 열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 LH에서 이사를 위한 전세자금 일부를 지원 받았지만, 관절염을 앓는 딸들이 오르내릴 수 있는 저층 주택은 매물이 없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은 그 금액을 한창 웃돌았다.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두 딸을 지키고 싶은 민선 씨. 민선 씨는 마음이 힘들 때도 있지만, 자신이 울면 자신 밑에 있는 네 사람이 다 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장애 어머니 사기 피해에 노후 꿈 잃은 박영수 씨에 2,130만원 전달
청각장애 어머니가 억대 사기 피해를 입어 25년간 모은 돈을 모두 잃고 주거 퇴거 위기에 처한 박영수 씨(매일신문 5월 27일 11면 보도)에게 2천130만2천74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10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황우원 10만원 ▷김은성 5만원 ▷김유성 5만원 ▷박옥선 5만원 ▷안대용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방태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문민성 1만원 ▷배상영 1만원 ▷이정현 1만원 ▷서형덕 5천원 ▷김서연 2천원 ▷이장윤 2천원 ▷'돕자돕자' 4천186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루게릭병 남편 온종일 간호하는 배성미 씨에 2,308만원 성금
갑작스레 루게릭병이 찾아온 남편을 온종일 간병하며 기적만 바라는 배성미 씨(매일신문 6월 3일 12면 보도)에게 35개 단체, 162명의 독자가 2천308만9천4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구미제일소방(박기호)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약손한의원(신병엽) 5만원 ▷재경전기(안승재)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박전호 이신덕 각 30만원 ▷양진석 25만원 ▷박철기 유주영 각 20만원 ▷곽용 김미영 김미희 김병혜 김선아 김성욱 김영채 김은숙 김진숙 신송석 신영일 이경숙 이병권 장정순 전시형 정승일 조득환 주선영 최미경 최창규 허금주 황서영 각 10만원 ▷김재용 7만원 ▷고희숙 권택순 김영수 김은경 박정희 서영길 손소일 손희정 송길현 안대용 엄희숙 유명희 윤상수 윤정아 이경훈 이동욱 이동훈 이성자 이종하 이지수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최영철 최한태 하경석 하혜련 하흥수 각 5만원 ▷안금송 4만원 ▷김규성 김은희 남영희 노세홍 박기영 박순옥 신광련 엄성연 이명옥 이서연 이응섭 이재민 이재열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구자선 권오영 권유진 김상기 김종일 김태천 류휘열 박영희 박현주 배상영 배영철 신일성 윤석천 이선정 이재숙 이해수 정혜원 정호인 조재명 천정창 홍준표 각 2만원 ▷권두형 권영희 권현정 김다영 김성진 김주현 남장호 류하정 박경열 박인배 박태용 박현숙 박홍선 배윤일 백진규 변희광 복현호 손기영 송현자 여경희 우철규 유귀녀 이영수 이영순 이운대 이유록 이은하 전선수 정서원 조은주 채인정 최경철 한정화 각 1만원 ▷신혜진 안인호 양태자 조용인 각 5천원 ▷문민성 4천원 ▷권두영 3천원 ▷조이진 1천4원 ▷최연준 1천원
▷'안국영홍경수' 100만원 ▷'의정부에서' 30만원 ▷'루디아' 20만원 ▷'루게릭 배성미 씨' '익명(애런)' '조일님이웃사랑' '주님사랑' '힘내시길' '힘내시길바래요' 각 10만원 ▷'김수옥루게릭' '김율리안나' '루게릭병가족에게' '배성미후원' '성미님 응원합니다' 각 5만원 ▷'김정윤(힘내세요)' '이혜경C' '철우씨후원금' '힘내세요' 각 3만원 ▷'김상우/쾌유기원' '신영은 아이엄마' 각 2만원 ▷'박은정힘내세요' '배성미씨 지원' '부산대김백녕' '석희석주' '신영은전달' '이화김수민' 각 1만원 ▷'애독자' 5천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주진우 "법사위원장 야당에 돌려줘야"
법원 "李 재판 연기, 헌법 84조 따른것"…법조계 "공직선거법 입법취지 위배"
홍준표, '신당 창당' 지지자 요청에 "알겠다"
18일로 예정됐던 李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심 연기 '추후지정'
'李 파기환송심' 중단에…한동훈 "사법부 역사에 큰 오점"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