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아픈 몸으로 중증 뇌병변장애 여동생·치매 노모 간병

어린 시절 아버지 여의고 어렵게 생활
배우자 외도·수감생활로 마음고생
5년 전 여동생 중증 장애 진단…홀로 간병
생활고·빚으로 허덕여…"가족들과 행복하게 웃고 싶어"

5년 전 중증 장애 진단을 받은 여동생과 치매를 겪는 어머니를 돌보는 이연희(52·가명) 씨가 좁은 거실에서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다. 김지효 기자
5년 전 중증 장애 진단을 받은 여동생과 치매를 겪는 어머니를 돌보는 이연희(52·가명) 씨가 좁은 거실에서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다. 김지효 기자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이 낮은 천장, 침대와 이부자리를 깔면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좁은 거실. 이연희(52·가명) 씨는 이곳에서 치매를 겪는 어머니와 아픈 여동생을 온종일 돌보고 있다.

연희 씨의 동생은 5년 전 뇌출혈 등을 겪으며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연희 씨는 하루 몇 번이고 동생의 기저귀와 이부자리를 갈고 동생을 먹이고 씻겼다. 자신을 돌볼 시간 따윈 없었다.

최근 오빠가 세상을 떠나 왕복 4시간이 넘는 장례식장과 집을 하루에도 여러 번 오가고 있다는 연희 씨는, "내가 끝까지 가족들을 돌봐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걱정"이라며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다.

◆아버지 여의고 어렵게 생활…남편 수감돼 고생까지

연희 씨의 인생은 바람 잘 날 없었다. 연희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의 부름에 잠시 외출했던 아버지가 폭력배에게 얻어맞아 돌아가셨다. 어머니 홀로 5남매를 건사하다 보니 형편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졌고, 그러다 사채까지 지게 된 연희 씨네 가족은 외할머니 명의의 집과 밭을 팔고 야반도주를 하기도 했다.

연희 씨는 경제적으로 허덕이는 것도, 아버지 대신 폭력으로 여동생들을 단속하는 오빠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춘기가 온 연희 씨는 집을 나갔다. 대구를 벗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던 연희 씨는 3년 뒤 가족들 품으로 돌아갔다.

연희 씨는 마음을 다잡고 백화점에서 판매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돈을 모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자꾸 불운이 닥쳐왔다. 수산물 판매업을 하던 오빠가 법을 어기고 생물을 포획해 교도소에 수감돼 변호사비를 내기 위해 사채를 지기도 했고, 남편이 사업 실패로 형량을 살게 돼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남편의 수감 이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연희 씨는 큰언니에게 매달 돈을 빌려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연희 씨는 출소하자마자 이혼을 요구한 남편과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위자료 지급을 계속 미뤘다. 그러다 그는 3년 전 가짜 석유 판매와 탈세로 다시 감옥에 들어갔다. 그 영향으로 연희 씨는 받으려 했던 위자료의 절반도 채 받지 못하게 됐다.

연희 씨는 당시 남편이 외도 중이던 여성과 가정을 꾸리기 위해 이혼을 요구했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됐다. 마음을 크게 다친 그는 대구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어머니가 계신 경북으로 향했다. 연희 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 나이 든 어머니를 모시며 평화롭게 살고 싶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시험이 밀린 데다 교통사고까지 크게 당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했다.

◆5년 전 여동생 중증 장애 진단, 가정폭력 의심…집으로 데려와 간병

5년 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연희 씨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일하랴 치매 온 어머니를 돌보랴 정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16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 언니에게 빌린 생활비와 빚을 차차 갚아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동생이 사는 곳으로 가봐야겠다며 연희 씨를 재촉했다. 얼마 전 동생의 남편에게 동생의 눈이 이상하니 치료를 잘 시키겠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동생과 통화해보니 아무래도 보통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었다. 어머니와 동생 집에 방문한 연희 씨는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눈이 사방으로 돌아간 데다 말이 어눌해진 동생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족들을 맞이한 것이다. 무직이었던 동생의 남편은 그런 동생을 방치하고 수급비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정폭력으로 동생이 다쳤다고 판단한 연희 씨는 당장 경찰 신고를 하고 경찰 입회하에 그 집에서 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경련을 일으킨 동생을 병원으로 데려간 연희 씨는, 동생의 뇌가 쪼그라든 데다 뇌출혈이 심각하고 치매까지 의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희 씨는 배우자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고 차량 대여 등으로 빚까지 지게 한 동생의 남편을 고소하고 싶었으나, 그가 가정폭력을 했다는 증거가 없어 피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렇게 연희 씨는 5년째 중증 장애 진단을 받은 여동생을 돌보고 있다. 동생은 혼자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어 먹는 것과 씻는 것, 대소변 처리까지 연희 씨 도움이 필요하다. 연희 씨는 많으면 하루 여섯 번 이불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치매를 앓는 연희 씨 어머니도 돌봄이 필요했기 때문에, 연희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요양을 신청해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연희 씨도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연희 씨는 천식과 고지혈증, 우울증과 공황장애, 목디스크를 앓고 있다.

교통사고나 낙상사고로 뼈가 부러진 적도 있다. 다리가 굳어 뻣뻣한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 주고 씻기려면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을 쓸 수밖에 없다보니 그는 늘 염증과 통증을 달고 살았다.

거기다 늘 생활비가 모자라 부채가 불어나고 있다는 점도 연희 씨를 힘들게 한다. 가족요양으로 받는 월급과 동생의 장애수당, 어머니 노인연금을 합쳐도 세 명이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월급은 언니들 명의로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모두 사용됐고, 이외 200만원 넘게 들어가는 생활비는 카드빚으로 충당하고 있다.

연희 씨는 점점 망가져 가는 몸을 느끼며, 자신이 잘못되면 남겨질 어머니와 동생을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선택한 삶을 후회하진 않는다"며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웃을 날을 그렸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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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혼자 다섯 가족 돌보는 한민선 씨에 2,300만원 전달

지적 장애가 있는 남편과 두 아이에 시어머니, 친정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한민선 씨(매일신문 6월 10일 12면 보도)에게 2천300만2천12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김순향 5만원 ▷배정준 5만원 ▷신연희 5만원 ▷이민경 5만원 ▷하혜련 5만원 ▷방순옥 4만원 ▷김건형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은경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진만 1만원 ▷한정화 1만원 ▷허영재 1만원 ▷이장윤 2천원▷'재원수진' 5만원 ▷'석미혜(계대)'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온종일 방에 갇혀 지내는 박상호 씨에 2,034만원 성금

외환 위기 이후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고 척추 질환으로 홀로 고통받는 박상호 씨(매일신문 6월 17일 12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00명의 독자가 2천34만9천15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동신통신㈜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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