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여당 마음대로 해도 속수무책
국민의힘 지지율이 22%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갤럽 1~3일 조사, 4일 발표. 응답률 12.1%,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현재 국민의힘 처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패했다, 지지율이 낮다'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위협 받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말로는 통합과 협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행동에서는 국민의힘을 철저히 무시한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에도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갖가지 의혹이 대부분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국회에서 김민석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도 갖가지 의혹에 대해 "청문회 때 소명하겠다"는 말로 넘기려 한다. 그래도 그만이다. 국민의힘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 쇄신은커녕 차기 당권 싸움만
생업에 바쁜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정책을 세세히 알지 못한다. 야당이 제 목소리를 내주고, 국민들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정부·여당 역시 조심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국민의힘이 어떤 소리를 질러도 국민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는 모양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철야농성을 해도 동조 의원들이 늘어나고 국민 시선이 쏠리기는커녕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조롱이 쏟아졌던 것을 보라. 그러니 정부·여당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골탈태는커녕 차기 당권을 놓고 암중모색에 바쁘다. 국민의힘이라는 당(黨)이 망해가는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말아먹고 있는 것이다.
▶ 새 깃들게 하려면 나무 심어라
중국 전한(前漢·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 시대 초기 회남왕 유안(劉安)이 빈객들을 모아 편찬한 책 회남자(淮南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欲致魚者先通水(욕치어자선통수), 欲來鳥者先樹木(욕래조자선수목). 물고기를 이르게 하고 싶은 자는 먼저 물길을 통하게 하고, 새가 오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나무를 심어라.
"새들아 모여라"고 백날 소리 지른다고 새들이 모이지 않는다. 새가 깃들어 편하도록, 천적을 피하고 먹이를 구할 수 있도록 울창한 숲을 가꾸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우파 정부는 그런 '숲 가꾸기'를 외면했다. 차근차근 숲을 가꾸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보다는 한방에 해결하려고 한다. 가령,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운동은 4년 내내 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지만, 보수우파 정당과 정부는 차근차근 국민에게 다가가기는커녕 '한방용 외부용병'과 '기득권 알박기'로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했다.
▶ 비상계엄 아니라 소통했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비상계몽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는 민주당을 필두(筆頭)로 야당들이 그처럼 무차별적으로 공직자 탄핵을 일삼고 갖가지 악법을 밀어붙이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무차별 탄핵과 논란 많은 법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나빴다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한심했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온갖 탄핵과 방탄법과 포퓰리즘법 밀어붙이기에 대응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쳤어야 했다. 진상을 알리고, 읍소(泣訴)도 하고, 인사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쑥 계엄을 선포해버렸다. 야당의 행패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시대착오적 행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야당을 때려 잡기는커녕 윤 정부가 무너졌다.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니 상황에 쓸려 가버린 것이다. 이처럼 보수우파 정부와 정당의 인식과 대처 방식이 글러 먹었으니 보수우파는 패하고 소탕(掃蕩) 당하는 것이다.
▶ 존재감 없이 용병에 기대
TK의원들은 화려한 프로필(학벌, 사시나 행시 패스, 훌륭한 전직 경력)로 국회에 입성하지만, 일단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그 뒤로는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지역구 주민들은 "선거 때만 코빼기를 비친다"고 욕하고, 지역구 주민이 아닌 사람들은 그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한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으니 대외 활동, 대여투쟁이 아니라 당 지도부에만 충성하거나 당권 싸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소속 의원들이 그러니 당의 경쟁력은 바닥이고, 당 경쟁력이 바닥이니 선거 때면 외부 스타를 끌어들여 '포장지'로 이용하는 '용병 정치'에 올인한다. 그리고 그 용병에 기대는 '친OOO계'로 이름을 올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국민이 그런 정당을 지지하겠나.
▶ 100% 상향식 공천 필수
윤 전 대통령 탄핵과 6·3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시선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인물, 새로운 간판이 당 지도부를 맡아 당의 기류와 시스템을 싹 뜯어 고쳐야 한다. 곧 시작될 당 대표 선출전은 세력간 이합집산이나 신·구 주류 대결이 아니라 당 혁신이냐 소멸이냐의 대결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하향식 공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국회의원이 지역구 기초의원, 광역의원, 지자체장 공천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고 '당원 및 지역 주민 100% 상향식 공천제'로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 공천 역시 당심과 민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TK지역구의 경우 100% 지역 주민과 지역 당원 여론조사로 공천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청년 정치인들과 외부 인재들이 들어오고, 국민이 다시 국민의힘을 쳐다볼 것이다.
▶ 제1야당 쇠락은 국가적 불행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제1야당이 지금처럼 국민적 시선을 끌지 못한 적이 있었나? 국민이 제1야당을 도외시하는 것은 단순히 국민의힘의 쇠락을 넘어 국가적 불행이다. 야당의 실패, 야당의 쇠락은 정부·여당을 오만하게 만들고, 정부·여당의 오만은 균형 상실로 이어져 대한민국호를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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