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의정 대화가 '의료 개혁' 포기여서는 안 된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시작됐다. 의과대 정원 증원 등 의료 개혁(改革)을 둘러싸고 1년 5개월간 지속된 의정(醫政) 갈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당부한 만큼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고, 의료계도 이를 반기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을 만나, 전공의·의대생의 복귀(復歸) 문제와 의정 갈등 해법을 논의했다. 다음 날 보건복지부 2차관도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했다. 의정이 대화를 재개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의료와 의대 교육의 비정상화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수업에 참여하는 의대생은 30%이고, 수련 중인 전공의는 의정 갈등 이전의 18% 수준이다. 환자는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고, 병원에 남은 의사들의 피로도(疲勞度)는 한계치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대화 재개가 의료 개혁 포기로 이어지면 안 된다.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 의대생 증원에 동의했고, 6·3 대선에선 공공 의대 설립 등 공공의료 강화를 공약했다. 지난 정부가 초래한 의정 갈등을 해소한다는 명분에만 집착하면, 의료 개혁은 물거품이 된다. 전공의들은 복귀 조건으로 '이전 정부 의료정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학사 유연화(柔軟化) 방안도 의대생 복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지만, 특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의사 확충, 필수의료 강화는 반드시 추진돼야 할 국가적인 과제다. 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년 5개월간 이어오고 있는 의료 공백 사태의 원인을 평가하고 해결 방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칫 환자·국민의 정서나 상식에 반하는 결정이나 합의가 이루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정 갈등 해소(解消)에 급급해 의료계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것이 아니라, 개혁의 방식과 속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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