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뇌출혈·치매 온 아내 혼자 간병…생계 어려운 노부부

어릴 적 아버지 잃고 가족들 흩어져
생계 책임지려 궂은 일 마다 않고 열심히 일해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홀로 간병
힘닿는 데까지 아내 섬기며 살고 싶어

서창균(76·가명) 씨가 에어컨 하나 없이 고물 가구로 가득 찬 집에서 뇌출혈 후유증과 치매를 앓으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내를 혼자 간병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서창균(76·가명) 씨가 에어컨 하나 없이 고물 가구로 가득 찬 집에서 뇌출혈 후유증과 치매를 앓으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내를 혼자 간병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에어컨 하나 없이 더운 집 안. 서창균(76·가명) 씨는 그나마 바람이 통하는 거실에서 선풍기를 틀어 놓고 배우자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수년 전 뇌출혈을 앓은 데다 치매까지 온 아내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몸도 가누기 힘들어 허리 협착증을 앓는 창균 씨가 아내의 일상생활 수발을 도맡고 있다.

어려운 생계에 아내 간병까지 책임지느라 창균 씨는 여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창균 씨는 자신 아니면 누가 아내를 돌보겠냐며 자나 깨나 배우자 걱정을 할 뿐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열심히 일해 가족 부양

창균 씨의 어린 시절은 다사다난했다. 배우자가 집을 나간 뒤 홀로 두 딸을 키우던 창균 씨 아버지는 재혼해 늦둥이 창균 씨를 낳았다. 그를 정말 예뻐하던 아버지는 창균 씨가 초등학교 3학년쯤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 홀로 창균 씨와 밑의 동생 둘을 부양하기 어렵게 되자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창균 씨는 아버지 유언에 따라 큰누나 집에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학교를 그만둔 그는 누나 집에서 농사일을 돕고 밭일을 했다. 누나에게는 창균 씨보다 한 살 어린 아들이 있을 정도로 나이 차이가 컸는데, 그래서 창균 씨는 엄한 누나가 꼭 어머니고 아버지 같았다.

십 대 후반, 탄광에서 지부장을 한다는 둘째 누나 남편을 찾아간 창균 씨는 광부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을까, 마을에 장티푸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병은 창균 씨를 피해 가지 않았다. 일을 나가다 몸에 힘이 없어 제자리에 쓰러진 창균 씨는 2년을 내리 앓으며 일을 그만뒀다.

몸이 회복되고 나서 달리 갈 곳이 없었던 창균 씨는 머슴살이를 하기도 했고 벽돌 찍는 기술을 배워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20대 후반 큰누나에게 중매를 받은 그는 첫눈에 마음에 든 상대와 함께 살림을 차렸다.

30대 때 일자리를 찾아 대구로 온 창균 씨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객지에서 고물 줍는 일을 했다. 그 일만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기에, 창균 씨는 공장 일, 벽돌 찍는 일 등 돈 되는 일은 뭐든 다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갔다가 집에 돌아온 창균 씨는 처음 보는 10대 남자아이를 마주하게 됐다. 알고 보니 아내에게는 다 크다시피 한 아이 셋이 있었다. 창균 씨는 배신감과 당혹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창균 씨는 아이들이 독립하기 전까지 세 가족을 부양했다. 이후에는 배우자와 둘이 살며 농사와 막노동 등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형편은 판잣집을 지어 살았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10년쯤 전, 주변 소개로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하게 된 창균 씨는 생계비를 지원받고 LH 당첨으로 주공아파트에 오게 되며 생활이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뇌출혈로 쓰러진 배우자, 온종일 돌봐

어느 정도 안정될 줄 알았던 삶은 약 7년 전 다시 무너졌다. 창균 씨 배우자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딸의 전화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 구역질이 인 아내는 화장실을 다녀오다 바닥으로 쓰러졌다. 다리와 팔이 굳어가는 모습에 구급차를 부른 창균 씨는 병원에서 아내가 뇌출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없는 돈을 긁어모아 수술한 이후, 아내는 옷을 챙겨 보따리를 싸놓거나 차비도 없이 딸 집에 가겠다고 가출하는 이상행동을 보였다. 그러다 4년 전 치매까지 도져 의사소통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몇 년 전부터 허리 협착증을 앓는 창균 씨는 요양보호사가 오는 3시간을 제외하곤 홀로 아내를 돌보고 있다. 그 잠깐의 시간에도 창균 씨는 쉬지 못한다.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하게 된 영향인지 2년 전부터 수급자 자격이 박탈됐는데, 생계를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학교 화단에서 풀을 뽑거나 폐지를 수집하러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아픈 몸으로 아내를 먹이고 씻기고 눕히는 창균 씨는 정신을 못 차리는 아내를 돌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했다. 노령연금과 노인 일자리 수입으로 약값, 반찬값, 공과금을 겨우 충당하는 창균 씨는 아내에게 맛있는 반찬을 사 먹일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핏줄도 아닌 아이들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어, 모자란 돈은 요양보호사에게 빌려 생활하고 있다면서.

창균 씨는 오늘날까지 책임감 하나만으로 살아오고 있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젊을 때 온 힘을 다해 사랑한 아내를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느냐며, 그는 힘닿는 데까지는 아내를 섬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병원비 걱정에 한숨 오영숙 씨에 2,412만원 전달

어질러진 집에서 병원비를 걱정하며 남편과 함께 암투병 중인 오영숙 씨(매일신문 7월 1일 12면 보도)에게 2천412만5천202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하혜련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남장호 1만원 ▷한정화 1만원 ▷김건율 2천원 ▷이장윤 2천원 ▷'슬아빨리낫길기도' 3천원 ▷'.' 17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단칸방서 두 아이 키우는 박현규 씨에 2,366만원 성금

아내 외도로 이혼 후 아픈 허리 붙잠고 홀로 단칸방서 두 아이 키우는 박현규 씨(매일신문 7월 8일 11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76명의 독자가 2천366만6천199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총동창회(이재숙)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해송아이에이치㈜(배석수)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덕은도시개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수영안과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매쓰팩토리수학학원(양승훈)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용화와이어(엄경석)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영봉 김진숙 유주영 이신덕 각 30만원 ▷박철기 이성익 이재일 각 20만원 ▷곽용 김은선 박재규 오나경 이기영 이재협 조득환 최창규 허금주 황우원 각 10만원 ▷김덕자 김상우 김순향 김주도 김준후 김현철 류주하 문병국 배정준 백미화 서정오 석해동 안대용 안현숙 유명희 윤상수 이종하 이진식 임동수 임채숙 전우식 정수영 조은정 최상수 최영철 최한태 하경석 황수현 황영희 황호채 각 5만원 ▷곽승환 4만7천858원 ▷김수경 김재곤 김정태 김진섭 김철현 박기영 서은주 신광련 이승호 이재열 천관녕 최춘희 각 3만원 ▷이영수 2만5천원 ▷구자선 권오영 권유진 기윤미 김성애 김은호 남영희 류휘열 배상영 서숙영 손영신 신재훈 이재민 이해수 장순임 정연희 주춘식 차정혜 천정창 각 2만원 ▷강명은 강지원 권두형 김균섭 김다영 김상규 김상민 김성진 김수민 김용환 김재운 김주현 김태천 박인배 박찬희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백진규 변희광 송옥선 신광수 심재권 여경희 우철규 유귀녀 이경희 이상연 이영수 이운대 이주영 이지선 이태기 장영준 전선수 정서원 정영민 정현둘 조경록 조영식 최경철 황성광 각 1만원 ▷가지영 권두영 김경아 김병찬 김진혹 윤인주 조인숙 각 5천원 ▷최연준 1천원

▷'victorique' 20만원 ▷'19회' 'god bless' '주님사랑' '힘내세요' 각 10만원 ▷'돕자' 6만7천원 ▷'김율리안나' '송효정마리아' 각 5만원 ▷'안상권이웃사랑' 3만원 ▷'임현민 현규씨가정에' 2만원 ▷'건강' '김은희(박현규후원)' '미미한손길' '박현규씨후원' '석희석주' '수민' '은빈' '이현박경아' '조희수힘내세요' '청명(고나배정)' '힘내세요' '힘내요' 각 1만원 ▷'많은분들이응원해요' 7천777원 ▷'더운시기돕기모두건강' 7천600원 ▷'애독자' '어려운시기돕고복받자' '어려운시기엔돕자' 각 5천원 ▷'돕고복받고나누자상생' 4천787원 ▷'더위로부터보호기도' 4천원 ▷'돕자' 3천228원 ▷'덥고힘든시기돕자' '어려울수록돕자' '힘들수록돕진' 각 3천원 ▷'윤슬정현22일기념' 2천200원 ▷'어려운시기돕자' 1천525원 ▷'돕고' 1천4원 ▷'더운시기모두건강기원' '모두건강행복재물운' '모두건강행복재물희망' 각 1천원 ▷'돕기' 800원 ▷'.' 400원 ▷'이자돕자' 7원 ▷'이자돕기' 6원 ▷'받은이자기부' 5원 ▷'이자로돕기' 2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