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군 성주읍 시장 골목에서 20년 넘게 분식집을 운영 중인 김모(61) 씨는 가게를 방문한 경찰관들이 건넨 전단지를 들여다보며 "아직도 쌀 포대 하나는 손도 못 댔다"고 했다. 며칠 전 그는 이름 모를 단체의 '단체 도시락 주문' 전화를 받고 쌀과 재료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약속된 날, 주문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기도 꺼졌다.
소상공인의 가슴을 무너뜨리는 '노쇼(No-Show) 사기'가 농촌지역 성주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체 주문을 가장해 돈을 뜯거나 허위 대리 구매 요청으로 금전을 가로채는 수법이 많아졌고, 공공기관과 군부대를 사칭해 믿음을 악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성주경찰서가 직접 나섰다. 지난 14일 이종섭 서장을 포함한 경찰서 전 직원은 손수 제작한 예방 전단지 수백장을 들고 읍내와 면지역 상가 하나하나를 돌았다. 피해 사례를 직접 설명하고, 유사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친절히 안내했다.
이 서장은 "한 번 당한 상인은 다시 일어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성주에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실질적인 활동에 힘쓸 것"이라고 직접 현장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을 사칭하며 대리 구매를 요구하는 전화가 오면, 절대 혼자 판단하지 말고 곧바로 112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경찰은 노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체 주문 전 기관 공식 번호 확인하기 ▷대리결제·계좌이체 요구 시 일단 거절하기 ▷지나치게 급박한 주문은 경계하기 등을 알려주며 상인들과 눈높이 소통에 집중했다.
소상공인 김 씨는 "처음엔 '경찰이 시장까지 와서 뭐 하나' 싶었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예방책까지 알려주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경찰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무척 고맙다"고 했다.
김 씨 가게 앞 손때 묻은 현판 아래 붙은 전단지 한 장.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닌, 성주경찰이 전한 '희망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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