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5조 정부 AI 인프라 사업 치열한 경쟁…네이버 VS 쿠팡, 핵심 쟁점은

대량의 GPU칩 확보가 관건인 이 사업에서 입찰에 도전한 4개사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1만4000개), 쿠팡(1만개)이 가장 많은 GPU 확보 방침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생성 자료사진
대량의 GPU칩 확보가 관건인 이 사업에서 입찰에 도전한 4개사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1만4000개), 쿠팡(1만개)이 가장 많은 GPU 확보 방침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생성 자료사진

정부가 1조5000억원 상당을 투입해 국내 AI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의 최종 사업자가 이달 말 가려질 방침이다.

미국 등 해외와 비교해 아직 걸음마 수준인 국내 AI사업 육성을 목표로 정부가 선정한 사업자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등 민간에 AI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량의 GPU칩 확보가 관건인 이 사업에서 입찰에 도전한 4개사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1만4000개), 쿠팡(1만개)이 가장 많은 GPU 확보 방침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GPU 경쟁력이 가장 높은 양사의 AI 경쟁력을 포함한 핵심 쟁점을 따져봤다.

◇네이버 국내 클라우드 시장 3위…"정치권서 이해상충 논란 불거질 가능성"

17일 클라우드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말 'GPU 확보·구축·운용지원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방침이다.

최근 GPU를 1만여개를 구입해 AI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 기관과 기업의 AI 연구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메타·MS 등 빅테크 기업들은 GPU를 수십만개 이상 확보, 미래 먹거리인 AI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규모 투자로 독자적으로 AI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소버린AI'를 구축하는 첫 단계다.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 NHN클라우드, 쿠팡 등 4개 기업이 지원했고, 정부는 현장 실사와 종합 평가를 거쳐 사업자를 확정한다.

다만 업계에선 카카오(2000개), NHN(8000개) 등 경쟁 입찰기업의 GPU 확보 예상치가 정부 목표치에 미달하는 만큼, 1만개 이상의 칩 확보 역량을 자신한 네이버와 쿠팡의 2파전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이라는 점과, 클라우드 사업을 2009년부터 시작했다는 경험이다. 또 자체 AI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고,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왔다.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점유율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60.2%로 1위, 마이크로소프트(24%), 네이버 클라우드(20.5%) 순이다.

다만 지난해 한국의 클라우드 시장 규모(7조3954억원)은 글로벌 규모(433조원·3213억원)과 비교해 아직 걸음마 상태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지난해 매출은 1조3990억원(영업이익 1073억원)이다. 다만 네이버 본사를 비롯한 자체 계열사 매출액이 9585억원(전체 68.5%)에 이른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클라우드가 네이버 웹툰이나 파이낸셜 등 내부 사업의 IT 인프라와 서비스 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며 "아직까지 다각적인 국내외 신사업이 활발하진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과기부는 사업준비도와 경쟁력(50점), AI생태계 발전 노력(30점), 운영 역량(10점), 사업이해도(10점)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네이버의 AI클라우드 사업 경쟁력과 별개로, 새 정부 들어 AI사업을 총괄하는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과 중소벤처기업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네이버 출신들이 발탁됐다는 점은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네이버는 이미 이달 초 과기부가 추진하는 '3대 AI사업' 중 하나로 1500억원이 투입되는 'AI컴퓨팅 자원 활용 기반 강화(GPU 임차 지원)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달 말 1.5조 규모의 GPU운용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면 정부의 3대 AI 사업 가운데 2개를 네이버가 따내게 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 출신 인사와 관련해 '보은 인사 아니냐'는 야당의 공세가 시작된 상황에서 AI 관련 주요 사업에 네이버가 연달아 참여하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라며 "다만 경쟁업체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 경험은 오래된 점은 강점"이라고 말했다.

◇쿠팡, AI역량 글로벌 유통기업 5위…"모회사 미 증시 상장했지만...한국 수조 투자"

쿠팡의 핵심 경쟁력은 글로벌 유통기업 가운데서도 AI역량이 5위권에 든다는 점이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CB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20대 유통기업 'AI 역량' 지수에서 쿠팡은 글로벌 클라우드 비즈니스 시장에 참전 중인 아마존·알리바바·월마트·징동닷컴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쿠팡에서 일하는 AI와 IT인프라, 클라우드 등 전문 개발 인력만 수천명에 이르는데, 이는 이번 사업 입찰에 참여한 일부 경쟁기업의 전체 직원 수보다 많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다만 쿠팡은 2009년 시작한 네이버클라우드와 비교해 클라우드 업력이 길지 않다.

쿠팡은 최근 클라우드 사업인 CIC(쿠팡 인텔리전스 클라우드)를 공식화하면서 "쿠팡 내 자체 사업 다수를 대상으로 AI컴퓨팅 사업을 폭넓게 활용했고 외부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한국에 본사를 둔 쿠팡 주식회사로, 모회사는 미국 뉴욕 증시(NYSE)에 상장돼 있다.

이에 일각에선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인데 해외에 상장한 쿠팡이 참여해도 되느냐"고 말한다. 다만 쿠팡이 사실상 토종기업이라는 시각도 팽팽히 맞서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 지난 15년간 한국 IT 물류망 등에 6조원 이상 투자했고, 뉴욕증시 상장도 한국 자동화 기술과 물류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라는 반론이 나와서다.

쿠팡은 2021년 상장 이후 미국 금융시장에서 2조3000억을 조달, 한국 물류 인프라에 투자해 전국 쿠세권을 구축했고, 오는 2026년까지 지방 중심으로 물류 인프라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하고 있다.

양성병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쿠팡은 그동안의 AI물류혁신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연결성이 큰 장점"이라며 "고도화된 'AIaas'(클라우드로 AI기술 구현) 서비스를 구현한다면 국내에 전례 없는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선 국내외 기술력과 GPU 확보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선 한국의 AI 인프라를 늘려 이른바 '소버린 AI' 등 우리나라 고유의 AI산업을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수만개에서 수십만개의 최신 GPU칩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AI연구와 사업화를 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경쟁력에서 앞서갈 수 있는 기업이 선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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