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불행에 허덕이는 삶…아이들 옷 한 벌 사주는 게 소원

10대 중반, 혼자 탈북하다 인신매매 피해 입어
도망쳐 향한 연변에서 남편 만나
결혼 이후 한국행…열심히 가족 부양
5년 전부터 원인 모를 병 앓으며 어려움 겪어…생활고 시달려

25년 전 북한을 떠나온 뒤 가족들과 대구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수인(39·가명, 오른쪽 첫 번째) 씨는 학업과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김지효 기자
25년 전 북한을 떠나온 뒤 가족들과 대구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수인(39·가명, 오른쪽 첫 번째) 씨는 학업과 교우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김지효 기자

방 한편에 온통 곰팡이가 핀 습한 집. 한수인(39·가명) 씨는 이곳에서 두 아이, 그리고 남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돈이 없어 도배를 새로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수인 씨는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와 생활비로 고통받고 있었다.

약 25년 전 북한을 떠나와 대구에 정착한 수인 씨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치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언제 기절할지 모르는 몸뚱이와 빚뿐이다.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며 병원을 오간 지 수년째, 가정엔 여유라곤 한 움큼도 남지 않았다. 수인 씨는 이런 자신이 두 아이의 앞길을 막지 않을까 늘 걱정이다.

◆10대에 탈북하다 인신매매 당해…우여곡절 끝에 한국 도착

수인 씨는 탈북민이다. 그는 어린 시절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 탓에 가정의 평안이 자주 깨졌다고 했다. 결국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수인 씨는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

10대 중반, 수인 씨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유산은 모두 어린 남동생에게 돌아갔다.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며 자신 곁을 떠난 어린 동생이 의붓어머니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겨 학교도 가지 못하고 기차역에서 거지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걸 알게 된 수인 씨는 동생을 위해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수인 씨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아이였다. 세상에게 버림받은 기분에, 수인 씨는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동생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고자 했으나, 동생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점에 겁을 먹어 동행을 거부했다.

결국 수인 씨 혼자 먼 길을 나섰다. 비로 불어난 두만강을 걸어서 건너다 일행 중 두 명이 물살에 휩쓸려 갔고, 수인 씨를 포함한 세 명만 살아남았다. 무사히 강 건너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수인 씨가 잡았던 동아줄은 '인신매매'라는 썩은 줄이었다. 돈을 내야 풀려날 수 있는 곳에서 탈출하지 못한 수인 씨는 한족에게 팔려가 착취를 당했다.

탈출할 기회를 노리던 수인 씨는 약초를 캐서 판 돈을 모아 기차역으로 도망쳤다. 연변으로 향해 한 요양시설에서 일하던 수인 씨에게 지인이 한 남자를 소개해줬고, 수인 씨는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수인 씨의 보호막이 돼 줬고, 결국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후에도 수인 씨는 도망자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그는 다시 한국행을 결심했다.

어린 두 아이를 떼놓고 어렵사리 한국에 온 수인 씨는 하나원에서 신체검사를 하며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곳에서 응급수술과 치료를 받은 수인 씨는 퇴소 이후 한국으로 온 남편과 함께 대구에 정착해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심장 통증으로 입원했다가 하반신 마비…치료 전념하며 가정 엉망

3년이 지나자 수인 씨는 둘째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부부는 평일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주말에는 회사 휴게실에 아이를 데려다 놓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셋째가 들어섰고, 수인 씨는 일을 그만두고 출산을 준비했다.

막내가 어린이집에 갈 때가 되자, 수인 씨는 화장품 방문판매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미용 기술 자격증을 따야겠다 싶어 무료 수강이 가능한 하나원에 들어갔다. 생활체육을 배우던 그는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소식을 들은 남편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나원에서 보험 청구도 제때 해주지 않아 화장품 판매 대금으로 수술비를 내야 했던 수인 씨는 결국 수백만원의 빚만 생긴 채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 무렵부터 수인 씨는 심장에 통증을 느꼈다. 몇 번 기절한 이후 병원을 찾았는데, CT를 찍다가 하반신이 마비됐다. 검사 차 들어갔던 병원에서 2년 반을 누워 지낸 수인 씨는 치료에 차도가 없다는 생각에 병원을 서울로 옮겼다. 그곳에서 중국의 침구치료를 추천받은 수인 씨는 하나센터와 어린이재단 도움을 받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침구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했고, 다행히 지난해부터 걸음을 걷게 됐다.

치료 기간 동안 제대로 아이를 돌볼 수 없어 부부는 병원과 가까운 탈북민 시설에 둘째를 맡겼는데, 둘째는 시설에서 학대를 당하며 건강과 학업, 교우관계 모두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부모님의 국적 때문에 따돌림까지 당한 둘째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여전히 우울증과 과호흡을 앓았고 성적이 많이 뒤처져 있다. 어릴 적부터 병원을 따라 다닌 셋째 딸도 학교에 자주 빠져 성적이 좋지 않다. 수인 씨는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수인 씨 남편도 7년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고 있다. 통풍과 류마티스 관절염, 고혈압과 당뇨, 어깨 인대 파열, 온몸에 가득한 지방종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남편은 수인 씨를 가장 먼저 챙기고 있었다.

공황장애와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수인 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 질환으로 매달 한 번은 정신을 잃어 병원에 실려갔다. 200만원도 되지 않는 수급비로 두 아이를 돌보는 그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옷 한 번 사주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수인 씨는 아이들이 좋은 학교를 나와 한국에 잘 정착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뒷받침을 제대로 못 해주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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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단칸방서 두 아이 키우는 박현규 씨에 2,406만원 전달

아내 외도로 이혼 후 아픈 허리 붙잠고 홀로 단칸방서 두 아이 키우는 박현규 씨(매일신문 7월 8일 11면 보도)에게 2천406만1천68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명EFC(권기섭) 5만원 ▷김향숙 10만원 ▷배정준 5만원 ▷하혜련 5만원 ▷곽병완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김미정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은영 1만원 ▷이장윤 2천원 ▷'윤슬과행복하게모두행' 5천원 ▷'돕자' 3천원 ▷'.' 477원 ▷'이자돕자' 5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픈 배우자 걱정뿐인 서창균 씨에 2,676만원 성금

뇌출혈과 치매로 혼자 생활이 어려운 배우자를 홀로 간병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서창균 씨(매일신문 7월 15일 12면 보도)에게 48개 단체, 230명의 독자가 2천676만8천22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프리텍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규남)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세종한의원(이기억)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이레메디컬㈜ 10만원 ▷청성정공(허만우) 10만원 ▷홍익모터스(박종학)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구미살롱드미뇽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문산작명원(성병찬) 5만원 ▷법무사권미숙사무소 5만원 ▷법무사황갑용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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