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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고향 의성]<10> '컬링과 씨름'의 본고장, 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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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은 전통적으로 씨름의 본고장이다. 민속씨름이 활성화된 1990년대 초반 이준희, 이태현 등 의성중·고 출신 씨름스타들이 씨름판을 제패하면서 의성씨름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쳤다.
경북 의성은 전통적으로 씨름의 본고장이다. 민속씨름이 활성화된 1990년대 초반 이준희, 이태현 등 의성중·고 출신 씨름스타들이 씨름판을 제패하면서 의성씨름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쳤다.

◆ 씨름의 본고장,의성

의성은 전통적으로 씨름의 본고장이다. '씨름'은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있었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왕이 직접 씨름경기를 참관하고 상(賞)을 내리기도 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당당히 등장할 정도로 씨름은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이다.

씨름은 특히 오래전부터 경상도에서 더 성행했고 단오절은 물론이고 오일장이 열리는 장터에선 어김없이 씨름판이 형성됐다. 우리나라 민속씨름이 활성화된 1990년대 초반 의성은 '씨름의 성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준희, 이태현 등 의성중·고 출신 씨름스타들이 씨름판을 제패하면서 의성씨름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쳤다.

물론 지금도 의성군청 씨름단 소속의 '윤필재'가 태백장사 타이틀을 석권하면서 절대강자로 등장, 의성씨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11월 의성에서 전국 천하장사 씨름대축제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의성이 다시 한 번 '씨름메카'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의성마늘은 의성씨름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환웅과 혼인한 웅녀가 '마늘 스무 개와 쑥 한 타래'를 먹고 사람이 되었을 정도로 마늘은 씨름과 함께 의성을 상징하는 한묶음이었다. 의성군청 씨름단의 명칭 역시 '의성마늘'씨름단이다.

전국 컬링 최강자들의 열전인 의성군수배 전국 컬링대회에서 참가선수들이 열띤 경기를 펼치고 있다.
전국 컬링 최강자들의 열전인 의성군수배 전국 컬링대회에서 참가선수들이 열띤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의성은 대한민국 '컬링성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의성은 대한민국 '컬링성지'로 거듭 났다.우리에게 생소한 겨울스포츠 '컬링'(Curling)이 '팀킴'(Team Kim)에 의해 각인되는 일대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컬링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우리나라 컬링팀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여자팀이 첫 출전, 10개 팀 중 8위를 차지할 정도로 생소하고 낯선 동계스포츠다. 그런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남녀팀과 혼성팀이 각각 출전, 여자팀 '팀킴'이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 아깝게 은메달을 차지하는 컬링사상 최의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생중계되는 경기를 통해 우리는 '영미~영미~' 외치며 '야를 때리고 자를 치우고' 라고 소리 지르는 '안경언니' 김은정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듣고 컬링의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당시 팀킴 소속 5명의 선수 중 4명이 의성출신이어서 외신에서는 의성의 상징인 마늘을 차용, '갈릭걸스'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의성여고에 다니던 김은정과 김영미는 '(컬링 말고는 별로)할 게 없어서' 방과 후 활동의 일환으로 컬링을 시작했고 영미의 동생 김경애가 합류하고 친구 김선영까지 가세하면서 김(金)씨로 구성된 '팀킴'이 만들어졌다. 컬링이 팀웍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완벽한 팀구성이었던 셈이다.

평창에서 각광을 받은 팀킴은 올림픽이 끝난 후 감독 코치진과의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팀 해체수순을 밟았고, 2021년 강릉시청으로 옮기면서 팀킴은 의성과의 인연을 접었다.

이제 컬링은 국내에서도 여러 지자체가 팀을 창단, 각축전을 벌이는 군웅할거시대가 됐다. 각 팀의 기량이 상향평준화된 탓이다. 세계무대를 제패한 팀킴도 2026 올림픽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등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의성군청 남녀선수단.의성군 제공
의성군청 남녀선수단.의성군 제공

◆의성군청 컬링팀 창단

의성군청은 2023년 남녀 컬링팀을 창단했다. 대한민국 '컬링 메카'로서 평창동계올림픽 이전까지 전국 유일의 국제규격 컬링경기장을 보유, 컬링 육성에 앞장서 온 컬링 종주도시에 대한 자부심의 소산이었다.

누구도 컬링에 관심을 갖지 않던 2006년 의성군은 컬링센터건립에 나서는 등 비인기종목이었던 컬링에 관심을 가진 혜안이 돋보인다. 의성군은 컬링센터 부지를 마련한 후 군비 5억5천여 만원을 투입하고 도비 11억 원과 경북컬링협회 5억9천만 원 등 총 22억4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자, 컬링센터를 건립했다. 매년 수억원에 이르는 운영 및 대회경비 30억원을 2017년까지 지원하면서 비인기종목인 컬링 육성에 남다른 정성을 쏟았다.

그 결과가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팀킴의 선전으로 이어졌다. 2020년 국비 등 60억 원을 확보, 국제경기장 4시트를 갖춘 컬링센터 신관을 준공하는 등 이제 의성은 평창 국제경기장에 버금가는 컬링센터를 갖추고 제2의 컬링도약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23년 의성군청이 직접 남·녀 컬링팀을 창단, 의성고와 의성여고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선수들의 역외 유출에 대응했다. 학교단위의 방과후 활동위주의 사회체육에서 컬링을 지자체차원의 육성 스포츠종목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창단 2년 만인 올 2월 의성군청 남자컬링팀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스킵 이재범, 서드 김효준, 세컨 표정민, 리드 김은빈, 핍스 김진훈 등으로 팀을 이룬 남자팀은 예선 4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 필리핀에 3-5로 석패, 은메달을 차지했다. 남자팀은 2024~2025 컬링 슈퍼리그 3위, 전국컬링대회 2위 한국컬링선수권대회 3위 등 발군의 성적을 기록하는 중이다. 여자컬링팀도 전국컬링대회 3위에 오르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하다보니 재미있어서 선수로 뛰게 됐다." 의성고에서 컬링에 입문한 후 의성군청 컬링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빈 선수를 비롯한 대부분 의성에서 나고 자란 의성군청 소속 컬링팀 선수들에겐 팀킴이 '롤모델'이다.

의성컬링센터
의성컬링센터

◆외국에선 국민스포츠로 인기

컬링은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종목이다. 컬링은 16세기 이전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얼음위에서 돌을 가지고 굴리는 놀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1838년 그랜드 캘러도이언 컬링클럽이 창설되면서 본격화된 컬링은 1927년부터 시작된 캐나다 컬링선수권대회가 세계에서 가장 큰 컬링대회로 꼽힌다. 그래선가 캐나다에서 컬링은 아이스하키와 더불어 최고의 국민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고 미국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생활스포츠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을 창설하면서 세계연맹에 가입했다.컬링은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중동계스포츠로서 '얼음위의 체스'라고 불리듯, 바둑과 장기와 같은 두뇌게임을 하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경기를 치러내는 체력과 더불어 다양한 작전 구상과 상대팀과의 심리전을 펼치는 등 박진감 넘치는 경기진행이 매력적이다.

45.72m 길이의 컬링 시트에 지름 3.66m의 '하우스'(원)를 그려놓고, 무게 19kg짜리 화강암 '스톤' 8개씩을 각각 투구하는 것으로 경기는 시작된다. 컬링의 득점은 하우스의 중심에 어느 팀의 스톤이 가장 가까운가로 승패가 정해진다는 점만 기억하자. 경기에 투입되는 리드와 세컨, 서드, 스킵 등의 다양한 역할을 파악하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의성컬링센터
의성컬링센터

컬링은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경기 룰과 운동방식이 어렵지 않지만 아이스링크라는 경기장의 특성과 고가의 장비 때문에 개인적으로 즐기기에는 만만치 않다. 특히 영국산 화강암으로 만든 스톤1세트(16개)만 해도 최소한 1,000만~1,500만 원 정도가 들고 빗자루처럼 보이는 컬링브룸(브러시)도 10~50만원, 빙상에서 반드시 신어야 '컬링슈즈' 등 장비가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경기를 할 수 있는 빙상장은 일반 아이스링크보다 더 까다로운 빙질관리와 '페블'(pebble)이라는 미세한 물방울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톤은 개인이 아니라 빙상장이 여러 세트를 미리 구매,구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성컬링센터(www.usc.go.kr›curling)에 접속하면 누구나 경기장을 대관할 수 있다. 국가대표나 관내 경기팀 등이 우선 순위지만 비어있는 경기장은 선착순으로 대관한다.의성은 씨름뿐 아니라 컬링의 성지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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