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떼면 지구촌이 들썩인다. 흥겨움에 떠들썩해지는 게 아니다. 뒷수습을 하느라 그런 게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뒷전. 수위를 쉽게 넘는다. 말 바꾸기도 예사다.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입을 댄다. 스포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의 입 때문에 난리다. 지난달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언급한 게 파문을 일으켰다.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하면 자폐아를 출산할 위험이 커진다고 떠든 게 문제.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막무가내로 두드려 팬 적이 있으니 새삼스럽진 않다.
그래도 충격적인 주장이긴 하다. 반응이 작을 리 없다. 당장 미국 의학계의 우려가 크다고 한다. 확실치 않은 얘기로 공중보건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타이레놀을 먹은 임산부들에게 잘못된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무책임하다.
하지만 계속 직진이다. 혐오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말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은 트럼프의 말에 환호한다.
'관세 폭탄'도 가관이다. 특히 우리와 일본은 충격이 크다. 관세 인상 이유를 뒷받침하는 통계가 사실과 달라도 개의치 않는다. 부끄러운 게 없다. 버럭 화내면 그만이다. 하기야 노골적으로 노벨평화상을 탐내면서도 민망한 줄 모르는데 그까짓 게 뭔 대수일까.
스포츠를 대할 땐 더 그렇다. 관심이 큰 스포츠를 건드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한다. 미식축구(NFL),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과 사이가 나쁜 건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둘 모두 흑인 선수가 많은 리그다. 1기 재임 시 NFL 선수들을 '개XX'라 지칭,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이다. 호텔, 건물 등 자산이 많다. 국내외에 갖고 있는 골프장도 17개 이상이란다. 한데 트럼프의 압박을 받아 미국프로골프(PGA) 대회 장소 가운데 트럼프 소유 골프장이 포함될 거란 소식이 나온다.
트럼프의 욕망은 축구판도 휘저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올해 트럼프타워로 뉴욕사무소를 이전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미국 내 축구 붐을 일으키겠다는 게 FIFA의 구상.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려고 그가 가진 건물로 옮긴 거란 뒷말이 무성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술 더 떴다. 월드컵 개최 도시 변경 문제를 입에 올렸다. 시애틀 등 몇 곳을 콕 찍었다. 모두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지역들이다. FIFA가 일단 그 문제는 자신들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긋긴 했다.
소통과 화합, 공정, 인류애.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들이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의 탐욕, 분열과 갈등 조장 탓에 훼손됐다. 스포츠 분야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 강성 보수층은 트럼프를 지지한다. 각박한 현실에 고달픈 백인들, 화풀이 대상이 필요한 이들을 만족시키기엔 그만 한 인물이 없다.
남만 손가락질할 게 아니다. 우리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갈라치기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단체, 정치인은 멀리해야 한다.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는 세상사에도 유효하다.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 막되는 걸 '무도(無道)하다'고 한다. 무도해서도, 무도한 걸 방관해서도 안 된다. 트럼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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