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천 작가의 개인전 '은(隱)과 현(顯)'이 갤러리동원 앞산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가는 2년 만의 개인전에서 먹색의 한지 작업과 화려한 색채의 캔버스 작업 등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작업은 발 너머로 어른거리는 풍경에서부터 시작됐다. '숨김'과 '드러남'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그는 스스로를 '숨겨진 형상을 드러내게 하는 작가'라고 말한다.
한지 작업의 경우 초창기 한지에 초칠을 해 물감이 스며들지 않는 부분을 드러냈다. 화선지를 여러겹 붙인 장지에 먹이나 물감을 칠한 뒤 종이를 뜯어내, 잉크가 스며들지 않은 부분의 형상을 나타내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시장 2층을 채운 한지 신작들은 검게 칠한 윗겹에 칼로 선을 그어 뜯어내고 흰 부분이 드러나도록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선의 두께를 조절해 깊이가 있는 입체적인 화면을 만들었는데, 얼굴과 같은 형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볼 수 있는 작품에 대해 고민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얼굴 형상에 민감하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며 "산 능선이나 바위 등을 보면서 얼굴 모양을 찾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작품에 얼굴을 숨겨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뜯겨진 한지와 미처 다 뜯어내지 않은 흔적을 함께 둔 작품도 볼 수 있다. "나도, 관람객도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시도해봤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치열하게 고민만 하던 것에서, 점차 즐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색색의 캔버스 작품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이전 작품보다 색은 더욱 화려해지고 겹을 더 쌓았으며, 스텐실, 시트지 등 다양한 기법도 적용했다.
그는 컴퓨터로 직선을 그은 뒤 그것들을 마음대로 구부리고 변형하며 새로운 형상이 드러나게 한다. 색까지 시뮬레이션해보는 계획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은 때로는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때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작가는 "선을 이리저리 구부리며 의도하지 않은, 예상치 않은 형상들이 나오는 과정이 재미 있다"며 "관람객들이 궁금해하며 작품을 바라보고, 다양한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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