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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엄재진] '지퇴'(知退), 물러날 때를 아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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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엄재진 북부지역취재본부장

조선 최고의 선비 퇴계는 '물러날 때를 아는 삶'을 실천 철학으로 삼았다. 그의 문집 곳곳에는 '물러남'의 철학이 녹아 있다.

퇴계는 자손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지족'(知足), 즉 "알맞은 때를 알고 그칠 줄 아는 것이 군자의 도"라 했다. 또, "공이 이루어지면 몸을 거두는 것이 하늘의 도리"(功成身退, 天之道)라는 말로 '지퇴'(知退)의 정신을 인격 수양의 완성 단계로 보았다.

퇴계는 이를 유학의 도덕 실천으로 확장했다. '도산잡영'(陶山雜詠)에서도 '少貪名'(명예를 덜 탐한다)는 시 구절로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25일 퇴계 종갓집인 상계종택에서는 새로운 종손을 맞는 길사가 열렸다. 퇴계 선생의 17세손 이치억 씨가 퇴계(退溪)와 4대 선조에게 새 종손이 된 것을 고유(告由)한 행사였다.

이날 길사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한다. 퇴계 가(家)가 전하는 유교·유학적 의미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크다. 이날의 길사는 영남·경북·안동지역 유림 사회의 세대 교체를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유림 1세대를 잇는 2세대의 역할, 유림 1세대가 어떻게 자리를 비켜주고, 명예와 역할을 고스란히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역할과 성찰의 맨 앞에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 원장은 공직에 물러난 이후 2008년부터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아 왔고, 2015년부터는 도산서원 원장도 겸하고 있다.

누구보다 퇴계의 삶과 철학, 퇴계 가(家)에 영향을 받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근필 종손께서 가장 곁에 두었고, 그 또한 근필 종손의 삶을 통해 안동 도산 땅에 자리 잡았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퇴계의 삶과 철학을 현대사회에 알리는 숱한 '공'(功)을 실천했다. 선비수련원을 통해 수많은 현대인들이 퇴계를 배우고, 선비사상을 체험하게 했다.

특히,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 행사'를 추진해 현대인들이 선생의 '물러남'에 대한 철학을 배우고, 자신을 되돌아 성찰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크다란 공이다.

하지만, 안동 유림 사회의 갈등 한 복판에서 조정하고 중재하지 않은 모습에서 적지 않은 유림들이 그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호계서원 복원과 위패 복설로 안동 유림사회가 갈등을 빚을때, 예안유림 사회의 빗발치는 책임 논란에도 입장을 내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

근필 종손 서세에 누구보다 앞서 유림장(儒林葬)을 언급했어야 했던 사람이었다는 아쉬움도 있다.

1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2014년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때가 생각난다.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진흥원을 둘러싸고 수의계약, 책 대필 등 각종 잡음으로 시끄러웠다.

당시 김병일 원장은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다. 모든 논란을 자신이 지고 물러나면서 국학진흥원의 안정을 도모한 것으로 칭송 받았다. 벌써 10년이 훌쩍 흘렀다.

퇴계는 홍경해에게 보낸 편지('퇴계집' 권41 '答洪景海')에서 "요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 몸 편안히 하는 데만 마음을 두고, 세상 일에는 관여하려 하지 않으니, 어찌 도의가 설 수 있겠는가"라 질책했다.

퇴계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언제 멈출 것인가?". 공을 이루고도 스스로 발길을 거둘 줄 아는 자, 그가 바로 퇴계가 말한 군자의 길을 걷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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