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철학자·정치가인 키케로의 철학서 「투스쿨룸 대화」에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기원전 4세기경, 시칠리아 섬의 도시 시라쿠사를 디오니시오스 2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그의 신하 다모클레스는 왕의 막강한 권력과 호사를 부러워하여 "전하는 참으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십니다!"라며 끊임없이 아첨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디오니시오스 왕이 다모클레스에게 "그토록 내 삶이 부럽다면, 오늘 하루 동안 내 자리에 앉아 왕으로서의 행복을 직접 체험해 보게 해 주겠다"라고 제안을 하였다.
다모클레스는 황금으로 장식된 연회장에서 산해진미를 맛보고, 아름다운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왕만이 누릴 수 있는 쾌락과 호사를 만끽했다. 한창 행복에 취해 있던 다모클레스는 천장을 올려다보고는 섬뜩한 공포를 느꼈다. 바로 자신이 앉은 왕좌 위에 날카롭게 벼려진 칼 한 자루가 단 한 올의 말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디오니시오스 왕은 다모클레스에게 행복의 실상을 직접 경험토록 한 것이다. 왕은 막대한 권력과 부를 누리고 있지만, 언제나 그 칼날과 같은 암살·반란·배신의 위협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것이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권력과 부귀영화의 이면에 도사린 위험과 불안을 상징하는 말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절박한 위험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된다. 권력자는 권력의 강압적 속성이 도덕적·합법적 속성과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왕좌는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잊게 만드는 것이 권력의 강력한 속성이다.
중국 전국시대 제 선왕(宣王)이 맹자에게 고약한 질문을 하였다. "탕왕(湯王)이 걸왕(桀王)을 축출하고, 무왕(武王)이 주왕(紂王)을 정벌했다는데, 정말 그런 일이 있습니까?" 맹자가 "옛 기록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왕이 다시 "신하가 자신의 군주를 시해(弑害)하는 것이 괜찮습니까?"라고 물었다. 폭군의 대명사인 걸과 주는 하나라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고, 탕과 무는 그들의 제후였으니, 제 선왕은 어떠한 경우라도 신하가 군주를 축출하고 정벌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을 맹자에게 확인받고 싶었다.
그러자 맹자가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합니다. 그리고 잔적(殘賊)한 사람을 '일개 사내'라고 부릅니다. 저는 일개 사내인 주를 처형했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답변을 하였다. 군주가 인과 의를 저버리고 백성을 포악하게 다스린다면, 군주가 아니라, 인의를 해치는 도적이며, '일개 사내'로 규정될 뿐이라는 것이다.
유교적 정치 윤리에서 신하가 군주를 죽이는 '시해'는 가장 큰 죄악이다. 하지만 맹자는 폭군을 축출하는 것은 '시해'가 아니라고 단정했다. 폭정을 휘둘러 민심이 이반(離叛)된 통치자는 더 이상 군주가 아니며, 누구든 처형 가능한 일개 범죄자에 불과하다는 맹자의 단언은 백성의 저항권을 인정한 급진적이고 강렬한 정치 철학이다. 전근대 우리나라의 왕과 관료들은 「시경」의 '소민'(小旻)에서 "전전긍긍하여, 깊은 못에 임하듯이 하고, 얇은 얼음을 밟듯이 하라!(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冰!)"고 한 경계를 명심하였다. 하물며 현대 시민사회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절대 권력을 감히 꿈꿀 수 있겠는가?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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